엘리자베스 여왕의 크리스마스 인사?! 사실은 ‘딥페이크’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24일 15시 12분


책상 위에서 '틱톡 챌린지' 춤도 춰
"딥페이크의 위험 보여줄 프로젝트"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96) 여왕이 영국 민영방송 채널4를 통해 다소 황당한 크리스마스 연설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약 4분 동안 이어진 연설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건 바로 가족이다. 해리 왕자와 메건(마클 왕자비)이 떠난 게 특히 슬펐던 이유다”며 “누군가 캐나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좋다고 말하는 것만큼 상처가 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올해 왕위 계승 서열 6위인 해리 왕자 부부가 영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살겠다고 발표한 것을 꼬집으면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또 “2020년은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진과 같은 용감한 영웅들이 돋보인 해였다”며 “이들은 굉장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를 치료하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 뒤 8일간의 입원 치료 끝에 퇴원했다.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엘리자베스 여왕은 세 줄의 진주 목걸이와 진주 브로치를 한 채 원목 책상에 앉아 연설을 이어갔다. 책상에는 찰스 왕세자 부부와 윌리엄 왕세손 부부의 사진, 그리고 왕실에서 키우는 웰시코기가 달려가는 모습이 담긴 액자 세 개가 올려진 채다. 뒤로는 커다란 트리와 선물이 보인다. 방은 붉은 벽지와 카펫으로 장식됐다.

여왕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에 연루된 차남 앤드루 왕자를 언급하는가 하면, 책상으로 올라가 ‘틱톡 챌린지’ 춤을 추기도 했다.

놀랍게도 이 모든 건 가짜다.

채널4는 특정 인물의 얼굴과 신체 부위를 전혀 다른 영상과 합성하는 기술인 딥페이크(Deepfakes)를 활용해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들어냈다. 여왕의 목소리를 묘사하는 데 일가견을 보여온 여배우 데브라 스티븐슨(48)이 모든 것을 연기했다.

채널4의 이언 카츠 본부장은 “디지털 시대의 가짜 뉴스가 어느 수준까지 이를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라며 “딥페이크 기술은 가짜 뉴스와 진실의 싸움이라는, 두려운 새로운 영역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에서 가장 친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 엘리자베스 여왕을 이용한 딥페이크 영상은 “우리는 이제 자신의 눈조차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강하게 상기시켜준다”고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기한 스티븐슨은 “배우로서 짜릿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널4는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오후 3시25분께 이를 방송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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