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없다…英-EU 미래관계 협상 타결, 향후 절차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5일 03시 22분


AP
영국과 유렵연합(EU)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미래관계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이로 인해 양측이 협상에 합의하지 못해 영국이 내년 1월 1일부터 합의안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위기에서 벗어났다. 브렉시트 절차 또한 2016년 영국의 국민투표 가결 후 4년 만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4년 반 만에 완전한 브렉시트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24일(현지 시간) 총리실 성명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를 비롯한 EU와의 미래관계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3월 미래관계 협상에 착수한 지 9개월 만이다. 연말까지인 전환기간 종료를 7일 앞둬 노딜 상황이 우려되는 가운데 극적인 타결을 이뤘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Xinhua
영국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다시 재정,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며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지난해 총선에서 영국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것을 오늘 합의로 완수했다”고 자평했다.

영국은 특히 EU와 무관세와 무쿼터를 기반으로 하는 FTA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양자 간 교역규모는 6680억 파운드(약 1003조원·2019년 기준)에 달한다. EU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합의가 EU와 영국,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나아가 기후변화, 에너지, 운송 같은 상호관심 분야에서는 상호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측의 핵심 쟁점이었던 어업권의 경우 영국이 자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를 인정하되, 이를 다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식으로 타결됐다. EU 역시 “어업권에서 5년 반 동안의 완전한 예측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 협상으로 브렉시트 관련 사안이 모두 종결된 것은 아니다. 합의안은 항후 양측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영국 하원은 26일 이번 협상안에 대한 승인 표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원은 25일 성탄절을 앞두고 휴회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에 26일에 긴급 소집을 해 협상승인 표결을 실시하기로 했다.

유럽의회는 연내 비준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EU 27개 회원국이 모두 합의안을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해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유럽의회가 내년 1월 1일부터 합의 내용을 우선 적용하고, 추후 비준 순으로 비준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협상 타결로 2016년 국민투표 이후 4년 넘게 표류하던 영국의 EU 탈퇴는 완전히 마무리됐다. 앞서 영국은 올해 1월 31일 EU를 탈퇴했다. 다만 영국은 브렉시트 후 연착륙을 위해 올해 1년은 전환기간으로 설정해 계속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남아있었다. 예산도 분담하는 등 EU 회원국 의무사항을 지켜왔다.

Xinhua
이 기간 동안 양측은 FTA를 포함한 미래관계 설정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영국 수역 내 EU 어업권, 영국이 EU로 수출 시 지켜야 할 기준, 자국 산업 보조금 등 규제완화, 환경기준 설정 등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연말 미래관계 협상 시한이 임박해서도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회하는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연출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 경우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아 영국과 EU 간 수출입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등 무역장벽도 생기게 돼 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추가로 2% 감소하는 등 세계경제마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 영국과 EU의 미래는
영국 정치권은 FTA를 비롯한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하자 안도하면서도 세부안에 대해 정밀검증에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영국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는 이날 “이제는 영국과 EU는 친구, 이웃, 파트너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자”고 밝혔다.

자치정부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브렉시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아가는 것을 보상할만한 합의는 없다. 스코틀랜드는 독자적인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는 내년 분리 독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마크 드레이크퍼드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도 “우리가 원했던 합의는 아니다. 웨일스 기업들은 2021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의 연합체인 영국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개별 국가로 쪼개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은 독일에 이어 EU 내 두 번째 경제규모를 자랑했다. 안보 분야에서 프랑스 독일과 함께 EU의 중심축을 구성해왔다. 그런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한지 47년 만에 완전히 떠나면서 EU 역시 국제영향력, 경제력, 정치력 약화와 함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EU가 제2의 회원국 이탈을 막기 위해 서유럽, 동유럽, 북유럽 간 균형발전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BBC 등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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