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12세 흑인소년 오인 사살한 경관 불기소 결정

미국 법무부는 29일(현지시간)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던 12세 흑인 소년 타미르 라이스를 사살한 백인 경찰관 2명을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라이스의 헌법상 권리가 침해됐거나 경관이 인권 침해를 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29일 CNN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 침해조사과는 이날 “클리블랜드 경찰국 경관 티모시 로이먼과 프랭크 검백의 범죄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라이스 가족의 변호사에게 전날 해당 결정을 통보했다. 가족에게도 오늘 조사 결과와 결정 배경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현장 감시카메라 영상은 물론 경찰 진술, 목격자 인터뷰, 전문가 조언 등을 취합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미 연방법상 인권 침해 성립을 위해서는 공무원이 실수나 태만, 착오가 아닌 고의적으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했다. 법무부는 “경찰관은 용의자가 곧 해악을 가할 수 있다는 합리적인 믿음이 있다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로이먼이 타미르가 자신의 총에 손을 뻗지 않았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지만 영상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장 감시 카메라는 음성 녹화 기능이 없었고 너무 원거리에서 촬영돼 영상이 흐릿한 데다 순찰차가 카메라 시야를 가려 타미르 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AP는 증인들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었고 누구도 라이스가 총격 직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현장 인근에 있던 유이한 목격자인 로이먼과 검백은 일관되게 타미르가 총에 손을 뻗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유족과 지역 당국이 선정한 무력 사용 관련 전문가 7명 중 유족측 3명을 제외한 전원은 총기 사용이 합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로이먼과 검백은 지난 2014년 11월22일 클리블랜드의 한 공원에 사람들에게 총기를 겨누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 전화에 따라 출동했다. 검백이 운전하는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한지 2초도 되기 전에 로이먼은 타미르에게 실탄 2발을 발사했다. 라이스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사망했다.

로이먼과 검백은 당시 서면 진술서에서 장난감 총을 진짜 총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실탄을 발사하기 전 타미르에게 총을 버리라고 수차례 명령했고 타미르가 허리춤에서 총을 잡으려고 손을 뻗는 것을 봤다고도 진술했다.

신고자는 공원에서 총기를 겨누고 있는 남성이 아마도 청소년이고 가짜 총으로 보인다고 신고했지만 신고 접수자는 현장 출동 요원인 로이먼과 검백에게 이를 공유하지 않았다.

로이먼과 검백은 해당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클리블랜드주(州) 대배심은 2015년 로이먼과 검백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로이먼은 2017년 5월 지원 당시 허위 이력을 기재한 사실이 발각돼 해고됐다. 검백은 현장 출동 지침 위반 혐의로 정직 10일을 받는데 그쳤다.

타미르가 숨진 2014년은 미주리주 퍼거슨, 뉴욕시 등에서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던 시기다. 그의 죽음은 경찰 개혁을 촉구하는 초창기 ‘흑인 인권운동(Black Lives Matter)’ 확산에 기여했다.

클리블랜드 당국은 2016년 4월 600만달러(약 65억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유족과 합의했다. 다만 합의안에 경찰이 잘못을 인정한다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