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백신 혼용·접종 간격 12주 연장 논란…“과학 버렸나”

  • 뉴시스
  • 입력 2021년 1월 2일 11시 50분


코멘트

1차 접종자 늘리기 위해 간격 12주로 늘려
화이자 "21일 넘어도 예방 효과? 입증 안 돼"
1차·2차 접종 시 다른 종류 백신 혼용도 허용

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 2차 접종 간 기간을 늘리기로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로 다른 종류의 백신을 혼용해 맞아도 된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은 지난달 30일 1차 접종과 2차 접종 간격을 12주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영국이 승인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4주 간격을 두고 2번 맞아야 한다. 이번 지침은 이 간격을 12주까지 늘리도록 허용한 것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1회차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단기적으로 1차 접종을 받는 사람이 증가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코넬대 백신 전문가 존 무어는 현명하지 못한 방식이라고 NYT에 비판했다.

접종 간격이 너무 길어지면 1차 주사의 방어력을 높이는 2차 접종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 사람들이 2차 접종 시기를 잊거나 아예 2차 접종을 받으러 오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CNN에 따르면 영국 의료연합(BMA) 지역의사(GP)위원장 리처드 바우트레이는 성명에서 “노인환자 집단은 코로나19에 걸리면 사망 위험이 가장 높기 때문에 GP들이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가장 위험한 환자 수만명이 지금 (2차 접종)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는 건 너무나 불공평하다”고 밝혔다.

영국 의사협회(DAUK)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화이자는 1차 접종 후 21일이 넘게 지난 후에도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지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최고 의료책임자들은 의료종사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초기 예방 효과 대부분은 1차 접종에서 온다면서 정부 조치를 옹호했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볼 때 2차 접종에서 오는 백신 효능의 추가 증가 효과는 미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1차와 2차 접종 백신의 제조사가 달라도 된다고 한 점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NYT에 따르면 당국은 1차 때 접종한 백신을 확보할 수 없거나, 먼저 맞은 백신의 제조사를 알 수 없다면 2차 접종 시 다른 백신으로 대체해도 된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뒤 2차로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당국은 “즉각적으로 높은 위험에 처한 개인” 등에게 제한적으로 이를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서로 다른 코로나19 백신은 “상호 호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백신 혼용의 안전성과 효능은 평가되지 않았다. 1차와 2차 모두 동일한 제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어는 영국의 혼용 허용 지침을 두고 “이 구상을 입증해줄 데이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국 관리들이 “과학을 완전히 버리고 이 혼란에서 빠져나올 길만 찾고 있다”고 비난했다.

NYT는 각 백신의 첫번째 주사도 어느 정도 예방에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지만, 2차 접종을 완료해야 면역 반응 형성이 완성된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전염력이 최대 70% 높은 변이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견된 가운데, 정부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영국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5만6029명, 965명 발생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