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는 ‘정부 위의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6일 03시 00분


[한국선박 이란軍에 나포]신정일치 국가 체제수호 임무
사령관이 공개석상 대통령 폭행도
美 2019년 테러지원단체로 지정

이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혁명수비대는 흔히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린다. 이슬람 혁명 두 달 후인 1979년 4월 호메이니를 위시한 혁명세력이 “이슬람 공화국 체제를 보호하려면 정규군과 별도의 군사 조직이 필요하다”며 창설했다. 총사령관과 주요 간부는 지금도 시아파 최고 성직자 겸 국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가 직접 임명한다.

혁명수비대는 육해공군과 특수전 및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정예부대 쿠드스, 민병대 조직 바시즈 등 크게 5개 조직으로 이뤄졌다. 규모는 2020년 기준 19만 명으로 추정된다. 52만 명의 정규군보다 적지만 보유 인력과 무기의 우수성은 정규군을 훨씬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개 조직 중 이번에 한국 선박을 나포한 해군, 이라크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의 친이란 무장정파를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쿠드스군이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특히 해군은 세계 석유 공급의 약 30%가 통과하는 인도양과 걸프만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들은 주로 소형 보트를 이용해 이란 영해에 접근했다는 이유로 미군 전함이나 타국 선박을 나포해 왔다.

쿠드스군은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토벌하는 데 앞장섰다. 2019년 12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수도 바그다드 미 대사관을 공격한 사건의 배후에도 이들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해 1월 3일 가셈 솔레이마니 당시 쿠드스군 사령관을 바그다드 공항에서 무인기로 제거했다.

신정일치 국가의 체제 수호 임무를 맡은 만큼 혁명수비대의 권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전임자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정부 회의에서 언론 자유 확대 문제를 두고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총사령관과 언쟁을 벌이다 그의 주먹에 얼굴을 맞았다. 명백한 하극상이었지만 자파리 총사령관은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온건파 로하니 대통령 역시 혁명수비대를 ‘총을 지닌 정부’라고 지칭했다. 미국은 2019년 4월 혁명수비대를 테러지원단체로 지정했다. 미국이 타국의 정부 조직을 테러지원단체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란#혁명수비대#정부위의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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