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개월만에… 스가, 퇴진론 솔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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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의원 방역 위반-코로나 대응 실패
내각 지지율 지난달 39%로 추락
언론은 물론 당내서도 비판 목소리

6일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6000명을 넘은 가운데 방역 실패의 불똥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거취로 옮겨붙었다. 스가 총리가 지난해 9월 취임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코로나19 부실 대응, 본인과 집권 자민당 주요 인사의 방역지침 위반, 정권에 비판적인 학자 탄압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그가 조만간 퇴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5일 스가 정권의 코로나19 대책을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이 정권은 (코로나19에) 맞서 싸울 체력이 없는 것 같다고 체념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취임 직후 65%였던 스가 내각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39%로 떨어졌다. 일본 정계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면 ‘위기’로 본다.

요미우리신문은 특히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중앙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를 선언하라’고 2일 촉구한 것이 스가 총리의 지도력에 큰 타격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스가 총리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휘둘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당내 불안이 한층 더 커졌다는 것이다.

올해 주요 선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4월 25일에는 각각 중의원 의원 1명과 참의원 의원 1명을 뽑는 보궐선거가 있다. 7월에는 도쿄 도의회 선거가 실시된다. 중의원은 10월 말 임기가 끝나 그 전에 해산하고 총선을 치를지 말지도 결정해야 한다.

‘포스트 스가’를 거론하는 보도도 나오기 시작했다. 주간지인 슈칸아사히 15일자 최신호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 등이 ‘포스트 스가’ 후보군이라고 언급했다. 정치평론가 고바야시 기치야(小林吉彌) 씨는 “이르면 3월 말 2021회계연도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총리가 퇴진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14일자 슈칸분슌 최신호는 4월 보궐선거가 스가 총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민당 후보가 2석 모두를 얻지 못하면 스가 총리 체제로는 남은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짙어져 자민당 내에서 퇴진 압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의미다.

일본 언론은 스가 총리가 7일 도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등 수도권 4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응이 이미 늦었다는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NHK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 40분 기준 일본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6001명, 누적 확진자는 26만150명이다. 긴급사태 재선언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보궐선거 전에 총리가 퇴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 붕괴 조짐도 보인다. 후생노동성은 의료진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간호 전공이 있는 전국 287개 대학에 “대학원생 및 교원이 의료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NHK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자가 격리 중 사망한 사람이 최소 122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스가#퇴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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