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미 의회 폭력사태를 두고 당시 의회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 백인남성이었던 이날 시위대가 만약 흑인들이었다면 경찰의 대응 수위가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며 이중 잣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 연방 검찰은 난입 사건을 일으킨 시위 주동자를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 혐의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했을 무렵 의회 경찰이 상당히 소홀하게 대응한 정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미 의회라는 가장 경비와 보안이 삼엄한 곳에서 2000명에 이르는 경찰 병력이 단지 깃발과 현수막만 들고 있던 시위대를 막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SNS 등으로 공개된 현장 동영상을 보면 당시 일부 경찰은 시위대의 진입을 막지 않고 가만히 방치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경찰들은 진압복이 아닌 제복을 입고 있었고 시위대가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장벽을 설치했다.
일부 경찰은 시위대를 진압하기는커녕 한 시위대와 셀카를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에 더 접근할 수 있도록 보안펜스를 열어주기도 했다. 또 의회 계단에 있던 한 여성이 중심을 잡을 수 있게 손을 내미는 장면도 있었다.
시위대가 물리적으로 의사당에 난입할 것으로 예측하지 못 했던 점도 도마에 오른다.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나서야 주방위군의 지원을 요청했고, 현장에 대기한 병력이 모자라다보니 체포한 시위대도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부터 지지자들에게 “의회 앞 집회에 참여하라”고 계속 독려했는데도 대비가 전혀 부족했다는 게 비판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 같은 경찰의 느슨한 태도는 올해 내내 빈발했던 인종차별 반대시위 때와는 완전 딴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백인 경찰에 목이 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흑인들의 시위가 벌어졌을 때는 ‘법 집행’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병력와 주방위군이 모두 동원됐다. 심지어 알아서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주정부의 말을 무시하고 연방 진압요원을 일부러 투입하기도 했다.
이런 이중잣대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만약 어제의 시위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집회였다면 경찰은 어제 의회에 난입한 폭도들을 대했을 때와 매우 다르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도 “우리는 지금 두 개의 사법 시스템을 보고 있다”며 “어제 극단주의자들의 의회 난입을 방치한 것과, 지난 여름 평화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 언론들은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의회 경호담당자들이 조만간 경질됐거나 경질될 예정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검찰은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DC 연방검찰의 마이클 셔윈 검사장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위대에 적용할 혐의로 내란음모, 폭동, 반란죄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또 폭력 사태를 조장한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셔윈 검사장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의회에 들어간 사람들 뿐 아니라 이들을 돕거나 이를 가능하게 한 다른 사람이 있다면 모두 조사할 것”이라며 “범죄의 증거가 있다면 그들은 기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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