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이 ‘반란 선동’ 혐의로 11일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빠른 시일 안에 표결에 붙일 뜻을 밝혔다. 다만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11일 기준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가 10일도 남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 내 탄핵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재적 의원이 과반이 찬성하면 탄핵이 가결되는 하원과는 달리 상원의 경우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전체 100석인 상원은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력이 속한 공화당이 50석씩 나눠갖고 있어 공화당 의원 최소 17명이 탄핵을 지지해야 한다. 워싱턴 정계에서는 탄핵안이 상원은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동료 의원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 전날인 19일까지 상원을 재소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상원을 재소집하려면 의원 100명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럴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 민주당은 하원에서는 탄핵소추안 가결이 필요한 과반(218명)보다 많은 221석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데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출마를 원천봉쇄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탄핵 절차는 계속 진행시킬 수 있다.
대통령은 아니지만 실제 1875년 율리시스 그랜트 행정부의 윌리엄 벨크냅 전쟁장관이 뇌물 혐의로 사임했지만 상원은 그에 대한 탄핵 심리를 계속 진행했다. 임기 후라도 탄핵이 최종 결정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무담임권을 영구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상원은 탄핵된 공직자의 공직 취임을 제한하는 안건을 표결에 붙일 수 있고 이 때는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민주당 역시 이 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임기 후에도 탄핵 당한 대통령’이라는 굴레를 씌워 이후 공직 취임을 제한하겠다는 의도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전에 탄핵 심판이 열리지 않는다면 퇴임 후에라도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그의 재출마를 막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CNN 등에 따르면 테드 리우 등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소추안 초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정부기관의 안보 및 민주주의 체제의 무결성을 위협했다”며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방해한 그에게 재임이 허용된다면 국가안보, 민주주의, 헌법에 대한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핵 작업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부자(父子)의 수사를 종용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한 2019년 9월의 탄핵 시도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에도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6일 대통령 지지자에 의한 사상초유의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진 직후부터 ‘대통령이 직무수행 불능 상태이면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는 수정헌법 제52조를 근거로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반대 의사를 드러내자 탄핵으로 방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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