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0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만났다.
양측이 회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보도되지 않고 있으나, 이란 IRNA 통신·파르스 통신 등은 일제히 아락치 차관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회담에서 이란은 한국의 원유 수출대금 문제를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아락치 차관은 이날 최 차관에 “(한국 유조선 나포 사건은) 정치적인 문제와 내실 없는 선동으로 이어갈 게 아니라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유조선은 기름을 유출해 걸프만(페르시아만)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억류됐다”며 “이 사건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인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문제를 처리할 것이며, 그때까지 억류된 유조선은 이동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란 IRNA 통신은 “미국의 제재로 70억 달러 상당의 이란 원유 수출대금이 한국은행에 동결돼 있는 등 재정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 외교 대표가 이란에 나포된 한국 유조선과 선원의 조기 석방과 관련한 협상을 위해 이란에 도착했다”며 최 차관과의 회담에서 원유 수출대금 문제가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락치 차관은 “한국 은행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이란의 자금을 동결했다”며 “이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제재가 원인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정치적인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최 차관에 말했다고 파르스 통신도 전했다.
앞서 한국 외교부 관계자들은 최 차관이 이번 방문에서 이란 자금과 관련해 해법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오후 3시30분께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항해 중이던 한국 국적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한국 케미’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잡혀 이란 영해로 이동·억류됐다.
이란 측은 ‘환경 오염’을 이유로 한국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밝혔으나, 한국 측 선사는 “환경법에 위반된 사안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선박에는 한국인 5명, 미얀마 11명, 베트남 2명, 인도네시아 2명 등 모두 20명이 탑승해 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은 선원 일부를 면담해 안전과 건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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