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수도 워싱턴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등이 주도한 무장시위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요 부처가 속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11일 밤 성명을 통해 “긴급사태 기간 중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FEMA) 등이 각종 장비와 지원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6일 전대미문의 의회 난입이 벌어졌던 국회의사당 주변은 물론 관광명소 워싱턴 기념탑 등 시내 주요 시설에 대한 경비가 대폭 강화돼 일반인 접근이 사실상 차단된다.
국토안보부는 당초 취임식 하루 전인 19일부터 연방정부 소속 진압 병력 및 주방위군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이 시점을 13일로 앞당겼다.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성명에서 “의회 난입 사태 등으로 경비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미 국방부 또한 현재 워싱턴에 배치된 주(州)방위군 병력을 기존 6200명에서 약 2.5배 많은 1만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워싱턴과 맞닿은 메릴랜드의 래리 호건 주지사 역시 별도 성명을 통해 “워싱턴에 수백 명의 병력을 파견한다”고 공개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투입됐던 병력(9000명)보다 훨씬 많다.
연방정부 차원의 공동 대처에도 불구하고 20일 취임식 전후로 미 전역에서 무장시위가 빈발할 것이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ABC방송 등에 따르면 연방수사국(FBI)은 극우 집단이 미 50개 주 전체에서 무장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중 한 단체는 취임식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탄핵당할 때를 대비해 정부청사와 법원 등을 급습하고 20일 각 주정부 건물을 공격하겠다는 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은 취임식 사흘 전인 17일 워싱턴 의회를 포함해 각 주 의회로 행진하는 대규모 집회 또한 계획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온라인에 떠도는 이 행사 안내문에 “재량껏 무장해서 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의회 난입 당시 광분한 시위대가 경찰을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 또한 뒤늦게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CNN 기자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 30분경 한 남성이 경찰 한 명을 시위대가 모여 있는 국회의사당 밖으로 끌어냈다. 시위대는 이 경찰을 발로 짓밟고 들고 있던 깃발로 내리찍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언제든 비슷한 일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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