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한 민주당의 탄핵소추안이 13일(현지 시간) 하원에서 가결됐다. 민주당은 물론 친정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일부 등을 돌리면서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임기 중 두 차례나 탄핵된 첫 대통령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것도 임기 종료를 불과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이다.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찬성 232표, 반대 197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222명 외에 리즈 체니 의원 등 공화당 의원 10명도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원의 탄핵안 처리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 이후 딱 일주일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 2019년 1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안을 가결한 지 13개월 만이다.
탄핵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기고,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의 선서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와 헌법을 훼손했다고 적시했다. 직접적인 이유는 ‘국회의사당 폭력사태 조장’이었지만 이와 함께 그가 지난해 11월 대선 이전부터 두 달 넘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 주장을 이어온 것에 대한 준엄한 심판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 12일 저녁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이를 규정한 문서를 의회에 송부하는 절차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중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펜스 부통령이 “국익에 최선이거나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함에 따라 하원은 곧바로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표결을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는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공화당 의원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의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체니 하원의원 외에 존 캣코, 애덤 킨징어, 프레드 업턴 하원의원이 탄핵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공화당 내에서는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 당시처럼 단일대오를 형성해 맞서거나 이탈표 단속에 나서는 움직임도 없었다.
하원은 총 435석 중 민주당이 222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공화당 표와 상관없이 탄핵안은 가결이 확실시돼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 내의 ‘반란’이 확산하는 것은 탄핵안이 상원에서 처리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중대 변수다. 탄핵안이 상원에서도 가결돼 트럼프 대통령을 파면하려면 100명의 상원의원 중 3분의 2 이상인 67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재 50명의 민주당 상원의원 외에 최소 17명의 공화당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상원 공화당을 쥐고 있는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내심 민주당의 탄핵 추진을 반기고 있다. 그는 탄핵이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피즘을 공화당에서 몰아내는 것을 쉽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의사당 난입사건은 물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반성하지 않는 것에 격노한 상태이며, 일주일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를 갖고 탄핵안에 대한 의회의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국경지대인 앨러모를 방문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라는 사기는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가장 잔인한 마녀사냥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또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엄청난 분노와 고통을 야기했다. 이런 분노는 본 적이 없었다”며 적반하장식 주장을 이어갔다.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을 조장한 자신의 연설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나의 연설과 나의 단어, 문장과 문단을 분석했고 모두가 그것이 완전히 적절하다고 했다”며 “그들은 내 발언이 완전히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위터가 자신의 계정을 영구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이렇게 위협받았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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