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넘겨받은 뒤 절차 개시
서두르는 민주…공화는 "퇴임 후"
탄핵심리 거쳐 3분의 2 유죄 판단해야 탄핵
탄핵시 피선거권 박탈 별도 표결 가능성도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가운데 남은 상원 탄핵 심판이 어떤 결론을 내릴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선동 혐의의 탄핵소추안을 찬성 232표, 반대 197표로 가결했다. 기권표는 4표다.
민주당 222명이 전원 탄핵에 찬성했고 공화당은 211명 중 10명이 이에 합류했다. 기권한 공화당 4명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문제 등을 제기하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원의 탄핵소추는 검찰의 기소에 해당한다. 미 연방헌법은 탄핵소추권을 하원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 공은 상원에게로 넘어간다.
상원의원은 탄핵심판 배심원이 돼 제기된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한다. 하원이 정한 탄핵소추위원단이 검찰 역할을, 탄핵 대상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변호인 역할을 수행한다. 재판장은 연방대법원장이 맡는다.
이어 상원의원들이 공개 투표를 통해 재석의원의 3분의 2인 67명이 유죄 판단을 내리면 탄핵이 이뤄진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에 제기된 혐의는 내란 선동이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서 “미 정부에 대한 폭력을 선동해 중범죄 및 경범죄를 저질렀다”고 적시했다. 대통령 탄핵을 규정한 연방헌법과, 내란에 관여한 자는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한 수정헌법 제14조 3항에 따른 탄핵 소추라는 점도 명시했다.
미 의회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 2020년 11·3 대선 결과를 최종 확정(선거인단 선거 개표 및 인증)하는 지난 6일 지지자들을 선동해 사상 초유의 의회 난입 폭동 사태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뒤집기 위해 반복적으로 허위 주장을 펼치고 의회 난입 사태 전에도 군중을 향해 고의적으로 폭동을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하원이 상원에 탄핵소추안을 넘기는 시점은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합의하면 상원 탄핵심판이 즉시 시작될 수 있다”면서도 “아니면 1월19일 이후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19일은 상원 정기 회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반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상원 탄핵 절차는 탄핵소추안을 송부받은 이후 첫 번째 정기 회기에 시작될 것”이라며 “탄핵심판 관련 규칙, 절차, 선례를 고려할 때 바이든 당선인 취임 이전에 결론 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주 동료 의원들에게 회람한 메모에서도 상원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임시 회기를 결정하지 않는 한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인 20일 오후 1시까지 탄핵 절차를 시작할 수 없다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상원 탄핵심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된 뒤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상원 탄핵심판은 오는 19일 이후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선 오는 20일 바이든 취임식 즈음 탄핵심판이 시작되면 새로 출범하는 행정부의 주요 의제가 묻힐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즉시 상원에 넘기자는 의견과 함께 바이든 취임 100일 이후 송부하는 방안도 제안된 바 있다.
또한 상원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만큼 실제 탄핵이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이달 초 민주당이 조지아 연방상원의원 결선에서 2석을 모두 석권하면서 50 대 50(민주 성향 무소속 포함) 구도가 됐다. 탄핵이 이뤄지려면 공화당에서 17명의 이탈표가 필요한 셈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탄핵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탄핵소추안을 송부받으면 살펴보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매코널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사실상 임기가 만료된 이후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이 됐다.
NYT에 따르면 대통령이 퇴임한 뒤 상원 탄핵심판을 진행한 경우는 없지만 다른 공무원에 대해선 그렇게 한 전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역사상 처음으로 퇴임 후 탄핵 심판을 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피력해 온 만큼 탄핵될 경우 추후 피선거권을 갖게 될 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NYT는 탄핵됐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피선거권을 박탈 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탄핵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미국의 명예, 신뢰 또는 이익과 관련한 어떤 직책도 맡지 못하도록 한 헌법 조항을 적용해 추가 표결할 수 있다. 이 경우 상원의원의 과반수만 찬성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향후 피선거권을 박탈한 전례가 없어 이 문제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다고 NYT는 관측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초로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 당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하원은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지난 2019년 12월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혐의는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혐의였다. 이 탄핵안은 상원에서 부결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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