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최근 한국 법원의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국제법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프리카 케냐를 방문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13일(현지시간)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법원 판결에 대한 문제를 각국과의 회담에서도 제기했다”면서 “‘국제법에 따른 대응’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달 8일 고 배춘희씨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선고에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 1인당 1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 4일부터 멕시코·우루과이·아르헨티나·파라과이·브라질·세네갈·케냐 등 중남미 및 아프리카 7개국 순방에 나선 상황이다.
산케이는 “모테기 외무상이 브라질·세네갈·케냐 외교장관과의 회담 때 한국의 이번 판결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며 “판결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든 양자 간 외교장관회담에서 ‘제3국’의 재판결과를 의제로 다루거나 그런 논의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게다가 모테기 외무상은 이미 9일 이뤄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그 대응을 요구했다.
그런 그가 다른 중남미·아프리카 국가 외교장관들과의 회담에서까지 이번 위안부 피해배상 판결 문제를 거론했다고 밝힌 건 최근 일본 내에서 “외교당국의 대응이 너무 무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앞서 12일 열린 외무성과의 당정협의에서 한국 법원의 이번 판결과 관련해 Δ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와 Δ남관표 주일본 한국대사에 대한 귀국 요구 Δ강창일 신임 주일 한국대사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취소 또는 입국 거부 Δ아이보시 고이치 신인 주한국대사 부임 보류 등의 ‘강력한 대항조치’(보복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민당 외교부회장인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상원) 의원은 13일 오후 닛폰TV에 출연, “한국의 이번 판결은 터무니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일관계의 전제를 뿌리부터 뒤집는 것인 만큼 이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서울중앙지법의 이번 판결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주권면제’란 ‘모든 국가(정부)의 주권이 평등하다’는 국제관습법에 따라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재판할 수 없다는 걸 말한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이번 판결에서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행위”는 주권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교도통신은 “이번 주 중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국장 간의 온라인 회의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전해 이 자리에서도 이번 위안부 관련 판결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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