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3일(현지 시간)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 표결에 앞서 연단에 선 스텐리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임기가 불과 7일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원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을 속전속결 처리했다. 이제 남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20일 이후 상원이 탄핵심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죄를 인정하고 향후 대선 재출마를 막을지 여부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팅이 8~11일 미국인 19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할 경우 상원이 탄핵 심판에서 유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한 응답자는 54%로 절반을 넘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전에는 하원에서 넘어오는 탄핵소추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탄핵안 가결 직후 성명에서 “주어진 규칙과 절차, 전례를 감안할 때 다음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까지 공정하고 진지한 심리가 진행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미 상원이 지금까지 대통령 탄핵 심리를 3차례 했는데 각각 83일, 37일, 21일이 걸렸다는 것이다. 매코널 대표는 “상원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대통령 퇴임 때까지 결론이 나올 수 없다”며 “의회는 앞으로의 7일을 안전한 취임식 준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게 나라를 위한 최선”이라고 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는 상원의 현재 구도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이 반란표를 던질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을 포함해 앞서 하원에서 탄핵됐던 앤드루 존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안도 하원에서는 가결됐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최근 급변하기 시작한 공화당 내부 기류를 감안할 때 상원에서도 이탈표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실제 공화당은 2019년 12월 하원에서 첫 번째 탄핵안을 표결에 붙였을 당시 만장일치로 단결해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0표의 반란표가 쏟아졌다. 앞서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입장을 밝힌 리즈 체니, 존 캣코,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 외에 앤서니 곤잘레스, 톰 라이스 의원 등이 동참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 지도부 내의 주목할만한 균열”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내부 균열과 이탈이 확산할 경우 상원의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특히 상원에서 탄핵이 통과돼야 공직출마 영구 박탈을 표결에 붙일 수 있는 구조도 공화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을 고려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공직 자격영구 박탈은 탄핵(3분의 2 찬성)과 달리 상원 과반만 찬성하면 된다. 앞으로 대선에 도전하려는 공화당 유력 주자들이 트럼프의 재출마를 차단하기 위해 공직 출마를 막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안 가결 뒤 성명을 내고 “(미치 매코널)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특별회기를 열어서 상원 절차를 즉시 시작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는 “1월 19일 이후 시작될 수도 있겠지만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상원에서 탄핵심판은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두 민주당 의원이 이달 중순 공식 취임하는대로 매코널 원내대표를 밀어내고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로써 상원을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상원의 탄핵심판을 서둘렀다가 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후부터 양당 간 분열이 심화하고 국정 어젠다가 묻힐 수 있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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