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남관표 주일 한국 대사의 이임 인사차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한국 대사가 이임 때 일본 총리와 면담하는 게 관례였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떠나는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 대사를 만난 점을 감안하면 외교 결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남 대사는 스가 총리와 대면 인사를 위해 총리관저 측과 일정을 조율했지만 면담하지 못 하고 전날 일본을 떠났다. 민영방송인 TBS는 “스가 총리가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판결 등을 고려해 면회를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 측에 항의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한국 외교 소식통은 “전임 이수훈 대사가 일본을 떠날 때인 2019년 4월에도 강제징용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나빴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와 이임 면담을 했다”며 “일본 총리가 떠나는 한국 대사의 이임 인사를 받지 않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 외교 소식통은 “스가 총리가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수세에 몰려 있다. 남 대사를 만나면 우익의 비난을 받을 수 있어 면담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도 17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스가 총리가 남 대사를 접견하지 않은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에 대해 “나도 좀 그렇게 생각이 든다”며 “왜 인사를 못했는지, 못 만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14일 문 대통령은 이임하는 도미타 대사를 청와대에서 접견했고 청와대는 두 사람의 기념촬영 사진까지 공개한 바 있다. 22일 일본 현지에 부임하는 강 대사는 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이 요청하면) 제3국의 중재에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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