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에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일 열릴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경제위기에 맞선 대규모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지금은 국가 재정적자를 우려할 때가 아니라면서 추가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더 고통스런 경기 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옐런 지명자는 인준을 받아 취임하게 되면 바이든 당선인이 제안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안 집행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회복과 금융규제 복원, 소득분배 강화 등 바이드노믹스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사전 입수한 옐런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 답변서에 따르면 그는 “지금 의회가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해 추가 지원책을 승인하고 통크게 행동하지(act big) 않으면 미국은 더 길고 고통스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지명자는 준비한 답변서에서 이런 전망이 경제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수개월 동안 우리는 백신 공급과 학교 재개 등을 위해 추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썼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주 추가 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 증액, 학교 지원 및 백신 공급 대책 등에 사용할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제시한 상태다.
옐런 지명자는 이번 부양책에 “물론 대통령 당선인이나 저 모두 이번 부양책을 제안하면서 국가 부채의 부담에 대해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지금 금리가 역사상 최저점에 있는 상황에서는 통크게 행동하는 게 가장 영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이자율이 낮아 국채 발행 비용이 그리 높지 않은 만큼, 일단 빚을 많이 내서라도 눈앞의 위기에서 탈출하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만 공화당은 바이든 당선인의 부양책이 “지나치게 큰 규모”라며 반대하고 있어서 향후 의회에서 어떻게 논의가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옐런 지명자는 연준 의장이던 시절에도 금리 인상 등 긴축 정책보다 통화완화 및 재정지출을 옹호하는 비둘기파 성향을 보였다.
옐런 지명자는 “나에게는 두 가지 미션이 있다. 우선 하나는 팬데믹으로부터 미국인들을 지키는 일”이라며 “장기적인 과제는 우리 경제를 재건하고 미국의 노동자들을 세계무대에서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옐런 지명자는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완화됐던 금융 규제도 다시 강화하는 정책을 펼 계획이다. 옐런 지명자는 2019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티머시 가이드너 전 재무장관과 함께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스티븐 므누신 현 재무장관에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므누신 장관의 지시로 당시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보험사나 자산관리회사 등 대형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립된 금융감독체계를 허물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옐런 지명자와 월리 아데예모 재무 부장관 지명자는 최근 산업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금융 규제 기구 재건을 통한 ‘공정한 성장(equitable growth)’을 화두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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