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낮 12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2시)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이 같은 취임 선서와 함께 제46대 대통령으로서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선서 장소인 워싱턴 국회의사당 서쪽 계단은 불과 2주 전인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했던 곳. 추가 폭력 사태나 테러 우려로 의사당 안에서 선서를 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야외에서 선서하는 전통을 따르는 것으로 결론 났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는 ABC에 출연해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중요한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서 때 손을 얹게 될 성경책은 바이든 가문에 1893년부터 전해져 내려온 가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그를 지지하는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 이후 열리는 취임식인 만큼 행사를 하루 앞둔 19일 워싱턴은 계엄에 준하는 초긴장 상태였다. 취임식 당일엔 2만5000명의 주방위군이 배치된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음모론을 신봉하는 ‘큐어논’ 등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주방위군으로 위장해 취임식 침투를 모의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일 낮 12시부터 제46대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권한과 의무를 가진다. 1933년 개정된 수정헌법 20조에 임기 시작 시간이 명문화돼 있다. 이에 따라 20일 오전까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다. 핵 공격을 명령할 수 있는 문서가 담긴 이른바 ‘핵 가방’도 낮 12시를 기점으로 새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도록 비밀번호가 바뀐다. 다만 취임 행사 자체는 이보다 30분 앞선 오전 11시 반(한국 시간 21일 오전 1시 반)에 시작된다. 한국은 취임식 당일 0시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식이 끝나면 전통대로 의사당 동쪽에서 군을 사열한 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 부부와 함께 알링턴 국립묘지로 가서 무명용사의 묘지에 헌화한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오전 바이든 당선인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러나는 대통령 부부가 취임식 당일 후임자 부부를 백악관 북쪽 현관에서 맞이하고 담소를 나눈 뒤 취임식이 열리는 의회 앞까지 함께 이동하는 게 관례인데 트럼프가 이를 따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 백악관 총지배인 역할을 하는 티머시 할스 총무비서관이 바이든 부부를 맞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resolution desk)에 후임자를 위한 편지 역시 남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전통으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편지를 받았다. 특히 공화당 소속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93년 1월 물러나면서 민주당 소속인 클린턴 대통령에게 “당신의 성공이 곧 미국의 성공이므로 열렬히 응원한다”는 편지를 남겨 감동을 안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아침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남부 플로리다주로 떠나기로 했다. 임기 종료 전 마지막 전용기 탑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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