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울고 웃는 세계 정상들…중국은?

  • 뉴스1
  • 입력 2021년 1월 20일 18시 58분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인해 국제 정세가 바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국의 새로운 정권의 탄생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국가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명암이 엇갈리는 국가들을 조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주의적인 성향에 동조했던 국가의 정상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이 그리 달갑지 않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국가의 정상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터이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분류된 바에 따르면 패자(루저) 국가 정상들은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헝가리, 영국, 브라질, 러시아, 북한, 인도, 멕시코 등의 지도자다.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과 유사하거나 독단적 성향이 강한 인물들이다.

반면에 승자(위너) 국가 정상들은 이란, 독일, 캐나다, 프랑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의 지도자가 손꼽힌다.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질서 파괴에 분통을 삼켰던 정상들이다.

그밖에 아시아의 중국, 일본, 호주, 대만 등 정상들은 승자가 될지 패자가 될지 좀 더 관망이 필요하다.

◆ 패자 국가

◇ 이스라엘(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수너 수석보좌관과 긴밀한 관계였다. 총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웠다.

미국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주권으로 인정하는 등 친이스라엘적 결정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환영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해법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균형적인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우디아라비아(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 : 빈살만 왕세자는 미국에 밀착해 중동 지역 패권을 추구했다. 이제 미국의 이란 핵합의 재가입과 지역 내 최대 경쟁국인 이란의 부활을 우려하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부정적이다. 또한 사우디-예멘 전쟁에서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미국이 무기 판매나 석유 구매를 중동정책에서 가치 판단의 잣대로 삼지는 않을 것을 공언했다.

◇ 터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성향으로 개인적 유대감을 나눴다. 미국은 러시아제 방공망을 구입한 터키를 제재하지 않았고, 그의 요청에 따라 터키 국영은행 할크뱅크를 상대로 한 범죄 수사에도 개입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로 본다. 또한 터키 정책의 대내외정책도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그래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에 균형적인 입장을 취하겠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개인적인 호의를 베풀 가능성은 낮다.

◇ 헝가리(빅토르 오르반 총리) : 집권 10년 동안 권력을 장악한 오르반 총리는 지난 2016년 유럽 정상 중 최초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동시에 민주당의 노선을 ‘도덕적 제국주의’라고 부르며 질타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해 10월 말 헝가리를 ‘전체주의 정권 부상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피터 시자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바이든 부통령을 공격했다. 오르반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자가 부통령던 시절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도 격렬하게 충돌했다.

◇ 영국(보리스 존슨 총리) :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인종, 무역 등 이슈에서 바이든 당선자와 의견이 맞선다. 바이든 당선자는 대선 기간 중 존슨 총리에게 무장투쟁단체 IRA, 아일랜드 그리고 영국 정부와의 3자 협정인 굿 프라이데이 협정(벨파스트 협정)을 훼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가리켜 ‘케냐 흑인 혼혈’이라고 막말한 적이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과실로 간주하며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서두를 전망이다. 양국의 정책은 서로 결속돼 있지만, 과거의 유대감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 브라질(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정치적, 이념적 동지였다. 그는 집권 이후 2년 동안 기후변화 협약, 중국, 베네수엘라 문제 등 외교정책에서 철저하게 미국의 노선을 따랐다.

과거 정권이 중립과 비동맹 외교 노선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것과는 큰 차이다. 그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자 지지자들에게 재빨리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앞으로 외교정책을 개혁해야 하거나 고립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 러시아(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후에는 1달이 지나서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러시아의 독재정권을 겨냥하고 러시아 내 인권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강화된 대러 제재, 새로운 나토 지원, 우크라이나에 대한 더 강력한 지원 등은 모두 러시아에 압박이 될 것이다.

◇ 북한(김정은 국무위원장) :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로 북미 관계는 불투명해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했던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우선순위 박탈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거래로 세계무대에서 정통성이 강화된 김 위원장에게 타격을 줄 것이다. 북한과의 핵협상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정세가 냉각되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촉발될 위험도 있다.

◇ 인도(나렌드라 모디 총리) : 모디 총리는 지난해 9월 방미 중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그의 재선도 응원했다. 미국은 인도에 첨단 무기를 제공하고 중국-인도 간 국경 분쟁에서 인도 편을 들며 전략적 유대관계를 키웠다. 인도의 세속적 기반 잠식, 이슬람교도 차별, 언론 탄압 등은 외면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중시하는 가치 기반의 외교정책을 공언하고 있어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 다만 중국이라는 공통된 견제 대상이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멕시코(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 좌파 인기영합주의적 성향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이민 정책에 협조했다. 그는 한달 넘게 바이든 당선자에 대한 대선 승리 축하 메시지 전달을 거부했다. 하원 히스패닉 코커스(이익단체)의 호아킨 카스트로(텍사스) 의원은 이 결정에 대해 “놀라운 외교적 실패”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멕시코에 노동 관계, 환경, 인권, 반부패 등에 대한 압박을 높일 수 있다. 멕시코는 미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 승자 국가

◇ 이란(하산 로하니 대통령) : 하산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정치적 생명을 걸고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과의 6개국 핵합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와 대이란 제재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내년 여름 퇴임을 앞둔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다시 핵합의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후 이란은 세계와의 건설적인 교류를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의 강경한 반대론자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 독일(앙겔라 메르켈 총리) : 독일은 바이든 당선인에게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양국 관계는 역대 최저점으로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에 대해 낮은 국방비, 높은 무역흑자, 러시아 가스를 유럽으로 직접 가져올 송유관 지원 등을 비난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 확정 직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미국에 양국 간 ‘새로운 협상’을 제안했다. 여기에는 중국, 기후 변화,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전달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끈질긴 악연에 시달려온 메르켈 총리는 바이든 당선인과의 ‘좋은 만남과 대화’를 기억한다고 언급했다.

◇ 캐나다(저스틴 트뤼도 총리) : 바이든 행정부가 캐나다산 알루미늄의 대미 수입을 둘러싼 관세전쟁을 계속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트뤼도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긴장 완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특정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대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면 신규 관세를 부과했다. 트뤼도 총리는 또한 바이든 당선인이 자신의 핵심 정책인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다시 초점을 맞추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 프랑스(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고자 애쓰면서 ‘트럼프 조련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결정들이 대부분 선거공약 이행이며, 따라서 되돌릴 가능성이 작다고 대변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협상을 중재하기도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런 마크롱 대통령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다루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을 공언한 다자주의를 선호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을 환영할 것이다.

◇ 베네수엘라(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 좌파인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그를 몰아내려는 미국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 그의 혁명적 사회주의 정부는 바이든 당선자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를 완화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미국 대선 결과 선포 직후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가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마두로 정권에 비판적이며 그를 독재자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마두로 대통령에게 일부 양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아르헨티나(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 아르헨티나는 바이든 정권의 등장으로 중남미 최대 수혜국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지역 안정과 번영을 통해 남미에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려는 바이든 당선인에게 외교적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아르헨티나에 절실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프로그램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양국 간에는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취임식에 불참했고, 아르헨티나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명한 ‘미주개발은행’ 총재 내정자에 반대해 왔다. 바이든 당선자의 승리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은 끝나지만, 아르헨티나가 중국과 긴밀한 관계라는 점은 여전히 긴장 요소다.

◆ 관망이 필요한 국가

◇ 중국(시진핑 국가주석) :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이나 제재는 없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난 후에는 양국 간에 보다 예측 가능한 외교 소통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적인 중국 때리기였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국제사회 및 동맹국들과의 중국 견제를 구사할 것이므로 더 큰 고립에 빠질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중국이 트럼프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 일본(스가 요시히데 총리) : 스가 총리는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일단 승자가 됐다. 그에게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맺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이 없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본이 미국 정권 교체의 수혜를 입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는 사라지겠지만, 중국 등 일본 핵심 이익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복귀에 대한 바이든 당선인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 경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의 경기 추이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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