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외교부, 취임식 시간맞춰 긴급성명
“中 자주권 심각하게 침해한 인사, 가족 입국금지-관련자 사업제한”
中매체들 “미중관계 원상복구해야”… 백악관 “제재는 美 분열 노린 시도”
중국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일한 주요 인사 28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중국 정부가 이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시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취임 시간과 정확히 일치해 ‘트럼프 행정부’ 때의 대중국 정책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 달라는 일종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는 21일 오전 긴급 성명을 내고 “중국의 자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중국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이 포함됐다. 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트럼프 정권의 설계자’로 불리는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도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 외교부는 “제재 대상에 오른 인사들은 본인은 물론이고 직계 가족까지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입국이 금지된다”면서 “또 이들과 관련이 있는 회사와 단체 등도 중국에서의 사업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미중 관계에 밝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폈던 대중국 강경책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달라’는 신호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4년 동안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미중 관계에서 너무 많은 지뢰를 묻었고, 교류의 다리를 불태웠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뢰를 제거하고 다리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제재 발표 시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긴급성명을 발표한 것은 21일 오전 1시(현지 시간).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임기가 시작된 20일 낮 12시다. 한 외교 관계자는 “새벽에 발표할 사안이 아닌데도 신임 대통령 취임식 시간에 맞춰 발표했다는 점, 미국 정부의 전 정권 핵심 인사 상당수를 제재했다는 점 등을 볼 때 중국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신호가 무엇인지는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에밀리 혼 대변인은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 (트럼프 행정부 인사에) 제재를 가한 것은 당파적 분열을 노리는 시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달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과 관련해 “미중 관계를 원상으로 회복해야 할 중요한 임무가 맡겨졌다”면서 “트럼프의 ‘위험한 정책’을 거부하고 미중 관계를 개선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중국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고, 미중 관계 개선에 대한 방식과 의지 등에 대한 명확한 제시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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