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보건 전문가들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에 관심을 가지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신접종과 고립 가운데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자국에서 약 20년간 활동한 적 있는 세계 백신면역연합 ‘가비(Gavi)’를 통한 국제 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 지원에 관심을 표명했다. 가비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개발도상국·저개발국 등에 백신을 공급하는 코백스 이니셔티브를 선도하고 있다.
문제는 백신 접종을 하려면 국제기구 직원들이 북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백신 분배와 초기 평가 등을 지원하고, 현지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가비의 원칙에 따라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지 전반적인 상황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런던 킹스칼리지 북한전문가는 “가비와 WHO, 다른 비정부기구(NGO)가 북한에서 오랜 기간 업무관계를 갖긴 했지만 북한내 외국인이 적은 걸 감안하면 모니터링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북한에서 일한 적 있는 기 박 하버드 의대 강사는 “백신 접종을 위해 부분적으로 국경을 재개방해 국제구호단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북한에서 백신의 유통과 보관이 가능하냐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보건 시스템이 결핵이나 간염 사태 등을 거치며 개선된 편이라고 보고 있다.
나기 샤피크 전 북한 WHO 사무소 매니저는 “2~8도 정도의 일반냉장온도 저장이 필요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취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하 20~80도의 초저온 냉동보관이 필요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적합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근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중국 시노백 백신도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박 강사는 “북한도 러시아나 중국 백신은 그 효과가 어느 정도 검증될 때까지는 접종을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백신 접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면에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샤피크 교수는 “정치와 과학을 분리해야 한다”며 “모두가 백신을 맞기 전까진 누구도 면역을 이룰 수 없다. 이건 인간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사람을 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FT는 “북이 허용한다면 국제사회는 백신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김 위원장 선택에 2500만 인민의 접종 여부가 달렸고 전 세계적 대유행병에 대항하는 국제사회의 싸움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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