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나발니 구금에 우려를 표했음에도 나발니 친동생을 체포하고 측근 사무실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또 나발니를 지지하는 글이나 영상을 삭제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회사에도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 경찰은 나발니 가족이 거주하는 모스크바 아파트에서 동생 올레그를 방역지침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복면을 쓴 경찰들은 이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나발니 부인 율리야가 수색을 거부하자 거칠게 문을 부쉈다. 나발니를 지원하는 반부패재단 사무실과 영상 제작을 책임지는 스튜디오도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비자금으로 흑해에 호화 궁전을 지었다’는 폭로 영상을 제작한 곳이다.
통신당국은 이날 “불법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소셜미디어 홍보물을 차단하지 않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유튜브 등에 최대 400만 루블(5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반을 계속하면 연 수입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물리겠다다며 “소셜미디어 기업이 부적절한 시위 홍보물을 차단하지 않아 10대 등 미성년자까지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나발니 측을 겨냥한 조치다.
푸틴 정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호화별장과 혼외자 등 최근 나발니 측의 잇따른 폭로, 경제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처 등으로 정권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억누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가디언은 푸틴의 호화별장 의혹에 직면한 흑해 연안의 고급주택 상공이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고 보도했다. “내 별장이 아니다”라는 푸틴 대통령의 직접 해명에도 연관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발니 지지층은 당국 압박에도 아랑곳앉고 30, 31일에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러시아의 위키리크스’로 불리는 반부패 고발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던 나발니는 2011년부터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고 17일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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