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공산당에 백기… 핀테크 꿈 접어
당국에 자본금 납입 위해 증자 필요
국유은행 참여… 국가통제력 커질듯
회사 분할-국유화 가능성도 거론
시진핑 “애국자가 홍콩 다스린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권 강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전자결제체계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이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의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지주사로 바뀐다. 실질적 소유주인 마윈(馬雲·사진) 알리바바 창업자가 지난해 10월 ‘전당포 영업’이란 표현으로 금융당국의 폐쇄성과 후진성을 비판한 후폭풍으로 풀이된다. 1월 포브스 기준 621억 달러(약 68조3100억 원)의 자산을 가진 세계적 부호 마윈조차 공산당의 눈 밖에 나면 백기투항이 불가피함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로 변신하겠다는 사업 개편안을 당국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지주사가 되면 당국에 상당한 자본금을 납입하고 증자 등을 단행해야 한다. 이 증자에 대형 국유은행과 연기금 등이 참여하면 마윈의 지분이 줄고 자연스레 국가 통제권이 커지는 구조다. 현재 마윈과 앤트그룹 임직원은 지분 50.5%를, 알리바바도 32.6%를 보유하고 있다. 당국은 다음 달 춘제(중국의 설) 전에 개편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런민은행은 최근 전자결제산업에서 특정 회사가 50% 이상의 지분 점유율을 보이면 강제 분할이 가능한 규제 초안을 내놨다. 이 안을 적용하면 점유율 50%가 넘는 알리페이가 2개 회사로 쪼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할 때 지주사 변신은 앤트그룹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제한해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당초 앤트그룹은 운영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회사 중 하나를 금융지주사로 만들어 소액대출 등 금융 업무를 맡기고,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핀테크 관련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2200억 위안(약 38조 원)의 상하이 및 홍콩증시 동시 상장도 추진했다.
그러나 마윈이 금융당국을 비판한 뒤 상장 계획이 무기한 중단됐다. 알리바바 역시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알리바바 주가 폭락으로 마윈의 재산 또한 최소 120억 달러(약 13조2000억 원) 증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비판 발언 직후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던 그는 약 석 달이 흐른 이달 20일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지주사 전환을 넘어 앤트그룹에 대한 국유화, 회사 분할까지 압박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앤트그룹은 중국에서만 10억 명 이상인 알리페이의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소액 대출, 온라인 보험, 자산운용업 등에서 중국 1위 사업자로 부상했다. 당국은 런민은행 등이 규모를 파악하기 힘든 소액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마윈 같은 특정 기업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알리페이 결제의 보편화로 법정화폐 ‘런민비(人民幣)’ 위상이 흔들리는 점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중국은 홍콩에 대한 통제 강도도 높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7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愛國者治港)’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간 홍콩 자치권을 상징하던 ‘항인치항(港人治港)’ 즉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문구에서 홍콩인을 뜻하는 ‘항인’ 대신 ‘애국자’를 써서 홍콩이 중국의 통제권 아래에 있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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