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부터 시작됐던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반란이 2주 만에 제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미들의 집중 매수 대상이었던 기업들의 주가가 잇달아 폭락세를 거듭하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이뤄진 주식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올림으로써 헤지펀드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기업실적과 관계없이 부풀어 오른 주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개미들의 시간도 점차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뉴욕 증시에서 게임유통업체 게임스톱의 주가는 60% 폭락한 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9일만 해도 325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불과 2거래일 만에 거의 4분의 1토막이 났다. 극장체인 AMC 역시 이날 42.3% 폭락했고 헤드폰 제조사인 코스의 주가도 지난 주말 이후 이틀 동안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모두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개미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집중 매수해왔던 종목이다.
전날 8개월 만의 최고치로 올랐던 은 가격 역시 이날은 10% 이상 떨어진 온스당 26.40달러로 마감했다.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에는 최근 “은 시세를 억누르는 대형 은행들을 혼내주기 위해 은을 매입하자”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며 전날까지 은값이 급상승했다. 하루 만에 은값이 급락한 것은 거래소 측에서 전날 은 가격 급등 직후 선물 계약을 위한 증거금을 18% 인상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개미들의 반란이 조기에 진압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들의 토론방에서는 절박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우리는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가 매수해서 들고 있으세요. 우리 모두를 위해서요. 이 운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썼고 그 밑에는 1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체로 개미들의 노력을 격려하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당신이 팔 때까지는 손실이 아니다”고 썼고, 어떤 글은 “이번 주가 하락은 가짜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주식을 사고 있는지 봐라”면서 음모론도 제기했다. 어떤 투자자는 “폭망하거나 영웅이 되거나(zero or hero)”라며 비장함을 보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뒤쳐지는 개미들이 거대 헤지펀드와의 장기전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점은 많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예상했던 바다. 또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주가가 오랫동안 유지되려면 그만큼의 기업 실적이 받쳐줘야 하는데 게임스톱 등 해당 주식은 단기간에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개미들이 힘을 합치면 언제든 다시 이 같은 기습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참가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마크 큐반은 CNBC에 “이들은 돈을 잃었다고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 계속해서 시장의 한 세력으로 남을 것”이라며 “개미들이 자신들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깨달았고 교훈도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일은 더 자주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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