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핵부터…북핵 협상, 후순위로 밀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4일 20시 46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로버트 말리 이란특사에게 이란과의 핵협상 팀을 꾸리라고 지시하며 협상 재개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북핵의 경우 아직 미국 측 협상대표조차 지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우선 순위에서 이란보다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3일(현지 시간)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의 이런 지시에 따라 말리 특사는 앞으로 외교관과 이란 핵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상팀을 꾸리게 된다. 미-이란 핵협상을 어떻게 진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진 인사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달 29일 임명된 말리 특사는 2015년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 웬디 셔먼 정무차관과 함께 이란 핵협정(JCPOA) 타결에 깊숙이 개입했던 인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 담당 책임자를 지낸 이 지역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이란의 핵개발을 우려하는 중동국가들 사이에서는 말리 특사가 이란에 너무 유화적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블링컨 장관은 말리 특사에게 “이란에 대해 더 강경한 인물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말리 특사는 협상팀 구성 및 전략 수립과 함께 유럽 쪽 카운터파트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그는 이스라엘부터 걸프지역의 중동 국가들까지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은 기존 핵 협정 틀은 유지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시퀀싱(이행 순서)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측은 이란이 협정을 먼저 이행해야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은 제재부터 해제하라고 맞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 협정 파기 이후 이란도 우라늄 고농도 농축을 재개하며 맞불을 놓은 만큼 기존의 핵 협정으로 돌아가려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설명했다.

더 강경해진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은 북한과의 핵협상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 스티븐 비건 전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후임이 될 후보들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어 협상 본격화까지는 앞으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예상케 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검토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고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인선도 아직 최종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정책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인권 문제를 주요한 요소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3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북한의 지독한 인권 기록과 폐쇄된 국가(북한)에서 인권 존중을 촉진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인권과 노동권을 증진하고 인권 유린과 침해를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책임을 물리기 위해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계속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도 “북한에 정보를 자유롭게 유입하기 위한 캠페인을 계속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