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JOC) 위원장의 여성을 비하하는 성차별적 발언으로 국내외 언론에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측은 “모리 위원장의 사과로 문제가 종료됐다”는 입장을 밝히며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IOC 대변인은 전날 아사히 측에 이메일로 “남녀 평등은 IOC의 근본 원칙”이라면서도 “모리 위원장은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IOC는 이 문제는 종료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모리 위원장이 성차별적 발언을 문제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JOC의 한 관계자는 아사히신문에 “IOC가 (모리 위원장에게) 그만두면 곤란하다. 대신할 사람이 없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도 관련 기사에서 IOC나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모두 이번 사건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IOC, IPC가 일본 국내의 역학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일본 측을 단결하게 할 수 있는 모리 위원장의 정치적 수완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IOC뿐 아니라 JOC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마이니치는 JOC 직원들은 모리 위원장의 발언으로 동요하는 분위기지만, JOC 간부들 사이에서는 그의 사임을 바라지 않는 목소리가 대세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성차별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JOC 간부들이 모리 위원장의 사임에 반대하는 배경에 대해 “올림픽 운영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올림픽의 규모 및 개최 비용이 팽창해 이해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 여러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모리 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모리 위원장의 동의 없이는 일이 진행되지 않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도 모리 위원장이 사임 대신 이번 사태를 진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 개최는 정권 부양을 도모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라며 “그렇기 때문에 모리 위원장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림픽 개최까지 반년을 남겨두고 조직위 수장을 교체하면 스가 정권의 국제적 신뢰 실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외의 비판이 더 확산하면 모리 위원장을 감싸는 스가 정권에 대한 비난도 한층 강해질 수 있어, 모리 위원장의 향후 거취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모리 위원장은 지난 3일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에 대해 “여성이 많이 있는 이사회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
그는 자신이 회장과 명예회장을 역임했던 일본 럭비협회에서 여성 이사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며 “(회의에) 배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손 들고 말하면 자신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 발언하게 된다”고 했다. 또 “여성의 수를 늘릴 경우, 발언 시간을 어느정도 규제 하지 않으면 좀처럼 그치지 않아 곤란한다”라고도 했다.
해당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며 비판이 커지자 모리 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 발언을 철회하고 사죄했지만, 위원장직에서는 사임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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