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양국 외교의 수장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 5일 통화를 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해 험난한 양국 관계를 예고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양국 외교수장의 통화는 양국간 갈등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직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세계 주요국가 중에서 유일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유세 중 시 주석을 “깡패”(thug)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취임 이후 대외정책에 관한 첫 연설에서 “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라고 적시했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적 약탈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이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같은 냉전적 사고를 버리지 않으면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양국 외교 수장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통화를 갖고 상호 기본 이익을 확인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양제츠 정치국원과의 첫 통화에서 미국은 티베트, 홍콩,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국익을 지킬 것이고, 우리의 민주주의 가치를 옹호하며, 중국이 국제 시스템을 악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은 신장과 티베트, 홍콩 등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계속 옹호할 것”이라고 밝힌 뒤 “중국이 버마(미얀마)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를 비난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또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력해 대만해협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에서 안정을 위협하는 활동 그리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 시스템을 훼손한 것에 대해 중국이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양제츠 정치국원은 홍콩과 신장, 티베트는 ”중국의 국내 문제“라며 ”외부 세력이 개입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블링컨 장관에게 ”미국은 최근의 실수를 수정해야 하고, 양측은 서로의 정치 시스템과 발전 경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양제츠 정치국원은 지난 2일 국제포럼 화상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과 협력해 관계를 진전시킬 준비가 됐다면서도 미국이 신장과 홍콩, 티베트 등 중국 주권과 관련한 문제들에서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중미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고, 미국의 이익 또한 저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핵심 이슈“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문제를 자국의 주권 및 영토와 관련된 핵심 사항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대만 문제에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한 것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양국 외교수장의 통화는 양국의 마지노선을 서로 확인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대의명분 아래 중국의 인권 상황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확실히 했고, 중국은 이는 내정간섭이며, 이를 추진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가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양국은 차이점만 확인했다“며 ”이 같은 차이는 미얀마 사태를 두고 더욱 확실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사태를 두고 미중이 전면적인 갈등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대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대화를 하는 것이 낫지만 미국이 홍콩 티베트 신장 등에 대해 개입하면 미중의 냉각기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외교수장이 첫 전화회담을 갖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양국 모두 기본 이익을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함에 따라 양국의 냉각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SCMP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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