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사령관 비서로 일한 95세 여성이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여성은 1만 건 이상의 학살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름가르트 F.로 알려진 이 여성은 1943년 6월부터 1945년 4월까지 폴란드 그단스크 인근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사령관 비서로 일했다.
1939년 독일 국경 밖에 세워진 첫 강제수용소였던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는 유대인과 폴란드 유격대원, 구소련의 전쟁포로들 약 6만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검찰이 2016년부터 5년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생존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한 결과, 이름가르트가 비서로서 강제수용소 책임자들의 학살 행위를 도운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름가르트는 수용소 지휘관의 비서 겸 속기사를 맡으면서 근무 기간 중 1만 건이 넘는 살인을 방조하고 공모했다.
다만 검찰은 이름가르트가 당시 미성년자였던 점을 고려해 소년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며 다른 사람들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름가르트는 과거 인터뷰에서 “70여 년 전 나치 수용소에서 일한 것은 맞지만 집단학살이 이뤄지는 건 전혀 몰랐다”면서 “전쟁이 끝난 후에야 모든 사실을 알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나치 시절 여성 행정가들에 관한 책을 쓴 영국 역사학자 레이철 센추리는 “이들 여성 대부분은 유대인 박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일부는 그들이 살해당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일부 비서들은 역할 상 다른 이들에 비해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더 컸다”고 NYT에 설명했다.
앞서 독일 법원은 지난해 7월 슈투트호프 수용소에서 나치 친위대(SS) 소속 경비병으로 근무했던 93세 남성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그 역시 당시 17세 나이에 보초만 섰을 뿐이었지만 역사의 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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