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뮤지컬 영화의 고전 ‘사운드오브뮤직’에서 남자주인공을 연기한 캐나다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5일(현지 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92세. 이 영화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내를 잃고 7명의 아이를 홀로 키우는 오스트리아 장교 트랩 대령 역할을 맡은 그는 기타를 치며 주제곡 ‘에델바이스’를 불러 깊이 각인됐다.
사운드오브뮤직은 나치 독일의 지배를 피해 오스트리아를 떠나야 했던 게오르그 폰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에서 완고하고 권위주의적인 트랩 대령은 줄리 앤드루스(86)가 연기한 수녀 출신의 자유분방한 가정교사 마리아와 만나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진다. 둘은 힘을 합쳐 스위스로의 망명에 성공하고 가족과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당초 플러머는 트랩 대령 역할이 유머가 없고 단선적인 캐릭터라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영화의 전 세계적 히트로 아직까지도 그와 앤드루스 모두에게 대표작으로 남아있다. 앤드루스는 “세상은 완벽한 배우를, 나는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며 플러머의 죽음을 애도했다. 둘을 포함한 이 영화의 출연진은 2010년 영화 개봉 45주년을 맞아 오프라 윈프리 쇼에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다.
192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플러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1953년 미국으로 넘어와 뉴욕 브로드웨이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1958년 첫 영화를 찍은 후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2010년작 ‘비기너스’에서 아내와 사별한 뒤 뒤늦게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늙은 미술관장 역할로 2012년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83세로 최고령 아카데미 수상자 기록을 세웠다.
플러머는 연극 및 TV 드라마에도 활발히 출연해 토니상과 에미상을 각각 2회씩 수상했다. 2011년 AP통신 인터뷰에서 “어떤 직업에서든 은퇴는 곧 죽음”이라며 죽는 날까지 영원한 현역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외동딸 어맨다(64) 또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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