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전직 미 대통령 중 처음으로 국가기밀에 대한 정보 보고를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자의 변덕 때문에 국가안보가 위험에 놓일 수 있다’며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CBS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에게 관례로 제공해온 기밀정보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공하지 않겠다며 “그의 예측하기 힘든(erratic) 행동 때문에 기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슨 가치를 지니는지 모르겠다. 그가 실수로 무엇인가 말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내내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문서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집권 한 달 만인 2017년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와 만찬 도중 북한의 ‘북극성2형’ 미사일 시험 발사가 이뤄지자 만찬석상에 공개상황실을 차린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노출했다. 석 달 뒤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러시아 외무장관 및 주미 대사에게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시도에 관한 첩보를 언급해 정보 제공자를 위험에 빠뜨렸다. 2019년 8월에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촬영한 항공사진을 본인 트위터에 올려 “적에게 이로운 정보만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캐나다, 멕시코 등 외국 정상에게 자신의 개인 번호를 알려준 적도 있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4명의 전 대통령은 해외 방문 등의 일정이 있을 때 본인이 요청하면 정보당국의 기밀 보고를 받을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전임자에게 자문을 구할 순간에 대비하고 전 대통령에게 최대한의 예우도 해주자는 차원이다.
다만 다른 고위 관료와 달리 대통령은 임기 종료 때 기밀누설 금지 조항에 서명하지 않아 기밀을 유출해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 이에 민주당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수전 고든 전 국가정보국(DNI) 수석부국장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만료 전부터 그의 신뢰 문제를 제기하며 “퇴임 후 정보 보고를 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문서를 습관적으로 찢는 바람에 대통령 기록물 또한 상당부분 사라졌다. 한 전직 참모는 “10명의 직원이 그가 찢은 문서를 테이프로 붙이는 업무를 맡은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