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맞서 ‘게임스톱’ 지켜낸 개인투자자 커뮤니티 관리자 일부
영화화 단독 추진 소식 알려지자 “전체가 이룬 성과 왜 도둑질하나”
일부 투자자들은 살해 협박까지
미국 뉴욕 월가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맞서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 매수해 헤지펀드를 물리친 미 개인투자자들이 내분에 휩싸였다. 일부 투자자가 사건의 영화화를 추진하자 다른 투자자들이 “개인투자자 전체가 이룬 성과를 왜 특정 집단이 독식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한 탓이다. 영화 제작에 대해 몰랐던 측은 이를 추진한 쪽에 살해 위협까지 가했다.
5일 뉴욕타임스(NYT)는 개인투자자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토론방 ‘월스트리트베츠’의 내분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약 800만 명의 개인투자자가 오가는 이곳에서는 20여 명의 관리자가 주요 게시물을 점검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용자에 관한 강제 탈퇴 등 각종 제재 권한을 지닌다.
최근 일부 관리자는 다른 관리자에게 알리지 않고 영화사와 ‘헤지펀드를 이긴 개미들의 반란’이라는 소재로 영화 제작을 추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영화 제작 논의에 소외된 한 관리자가 3일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리면서 양측 분쟁이 격화했다.
이후 토론방은 전쟁터로 변했다. 영화 제작에 대해 몰랐던 관리자와 개인투자자들은 “함께 이룬 성과를 도둑질했다”고 발끈했다. 이 와중에 영화 제작을 추진한 일부 관리자가 자신을 비판한 토론자를 강제 탈퇴시키자 논란이 확산됐다. 영화 제작을 추진한 이들은 “수익을 자선 사업에 기부하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상대편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월스트리트베츠의 관리자 간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2012년 이 토론방을 개설한 유명 투자자 제이미 로고진스키 또한 지난해 4월 다른 관리자와의 갈등 때문에 자신이 만든 곳에서 쫓겨났다. 레딧 또한 뒤늦게 개입했다. 레딧은 영화화를 추진한 관리자들에게 해명을 요구한 뒤 관리자 권한을 박탈했다. 대신 영화 제작 사실을 몰랐던 관리자 측에 토론방 운영을 맡겼다.
일각에서는 개미투자자가 게임스톱의 주가 급등을 주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CNBC방송은 JP모건 자료를 인용해 “1월 미 개인투자자가 매수한 상위 10대 종목에 게임스톱이 없었다. 게임스톱 주가가 폭등한 지난달 26, 27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순매도했다”며 기관투자가가 주가 상승을 이끌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초 2달러대에 머물렀던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장중 한때 483달러까지 올라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5일 63.77달러로 마쳤다.
이번 사태를 두고 “개인투자자가 이끈 금융민주화”란 평가와 “적자 상태인 게임스톱의 주가 급등은 거품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여전한 가운데 미 하원은 18일 게임스톱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청문회에서는 헤지펀드의 공매도 행태, 한때 게임스톱 거래를 제한해 “기관투자가 편만 든다”는 비판을 받았던 온라인 무료 증권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논란, 일부 세력의 시장 교란 가능성 등 다양한 사안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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