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비판 등 국익 해친 연예인 영구퇴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8일 03시 00분


‘15개 금지항목 위반땐 활동정지’
자율규약 내세워 사실상 옥죄기
한국 연예인들에도 영향 우려

중국이 국가의 명예 및 이익을 훼손하는 연예인을 영구 퇴출하기로 했다. 겉으로는 연예인협회가 자발적으로 나섰지만 이 단체가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사실상 정부가 연예인 단속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환추시보 등에 따르면 가수 배우 무용수 마술사 등 중국 연예인 대부분이 소속된 중국공연산업협회는 5일 ‘연예인 자율관리 규정’을 공개하며 “15가지 금지 항목을 위반한 연예인은 활동을 정지시킬 수 있고, 최대 영구 퇴출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첫 번째 금지 항목으로 주권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국가의 명예와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내세웠다. 또 민족 혐오 및 차별, 중화민족의 우수한 문화전통 훼손, 영웅 및 열사 모욕 등을 강도 높게 제재하기로 했다.

이런 시도는 최근 서방이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 등과 갈등을 빚는 중국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일부 연예인이 당국 비판에 합류하면 일반 여론까지 좌우될 수 있다는 중국 수뇌부의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19년부터 본격화한 홍콩 민주화시위 과정에서 저우룬파(周潤發), 청룽(成龍)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 출신 중국 연예인이 반중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집중 관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연예인단체를 내세워 겉으로는 ‘자율 제재’처럼 보이도록 한 셈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금지 항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한국 연예인 또한 영향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이 규정을 이유로 한국 연예인의 공연을 막거나 콘텐츠 수입 및 배급 등을 규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가 트집을 잡아 공격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중국#연예인#영구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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