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종식 설계자’ 조지 슐츠 전 美국무장관 타계…향년 101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8일 16시 13분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후버 연구소 제공). © 뉴스1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후버 연구소 제공). © 뉴스1
미국과 옛 소련의 핵무기 감축 조약을 주도해 냉전 종식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 시간) 타계했다. 향년 101세.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2년 7월~1989년 1월 국무장관을 지낸 그는 1987년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체결할 때 실무를 담당했다. 중단거리 미사일의 생산 및 배치를 전면 금지한 이 조약은 양국의 군비경쟁을 끝낸 합의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그의 비전과 헌신으로 미국이 가장 위험했던 시기를 지나 냉전 종식의 길을 열 수 있었다. 전 대통령들처럼 그의 도움을 구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모든 후임 국무장관이 그를 추종했다. 국무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인물로 미 외교관계를 강화하고 이익을 증진시켰다”고 가세했다.

슐츠 전 장관은 1920년 뉴욕에서 독일계 이민자 후손으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때 미 해군으로 복무했고 프린스턴대를 거쳐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땄다. MIT와 시카고대 등에서 교수를 지냈고 1969년 리처드 닉슨 정권의 노동장관으로 발탁돼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재무장관 등을 거쳐 국무장관에 올랐다.

그는 퇴임 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원 등을 지내며 최근까지 저술 활동을 했다. 지난해 11월 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바뀐 세계 역사를 서술한 ‘역사의 결정요소’란 책을 공동 저술했다. 100세 생일을 맞은 한 달 후에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100세가 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특히 신뢰가 최고의 가치임을 알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의 방한 시 대통령을 보좌했고 1988년 7월 방한 때는 ‘3김(金)’으로 불리던 김영삼 당시 민주당 총재, 김대중 평민당 총재, 김종필 공화당 총재와 만났다. 1992년 세계 평화와 인류화합에 기여한 공로로 제2회 서울평화상을 받았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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