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자칫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경기부양책은 내년에 우리를 ‘완전 고용’으로 이끌어줄 것이다.”(재닛 옐런 재무장관)
전대미문의 위기에 놓여 있는 현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5년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도 설전을 주고받았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현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서머스 전 장관의 문제 제기에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두 사람의 대결이 경제학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 논쟁은 서머스 전 장관이 먼저 불을 지폈다. 그는 4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자칫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 하버드대 총장 등을 거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거물급 인사다.
서머스 전 장관은 “엄청난 불확실성이 있는 와중에 2차 세계대전 때와 가까운 규모의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가 한 세대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할 수 있다”며 “(경기부양) 계획은 진행돼야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융 안정을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실제 경기가 부진한 정도에 비해 규모가 너무 커서 과잉 처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닛 옐런 이 같은 우려에 현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반응했다. 그는 7일 CNN방송에 출연해 “인플레이션 우려는 팬데믹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경제적 손실에 비하면 작은 것”이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할 도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길고 느린 회복 과정에서 고통을 겪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경기부양책은 내년에 우리를 ‘완전 고용’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자칫 버블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더글러스 홀츠 에이킨 전 의회예산국(CBO) 국장은 “주식 등 자산 가격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올림에 따라 2000년이나 2007년 때와 같은 버블 붕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융 안정에 대한 위험은 완화적인 수준”이라면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슈나 현안이 있을 때마다 스타급 학자들이 자유롭게 공개적인 토론을 하는 것은 미 경제학계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서머스 전 장관은 2015년에도 버냉키 전 의장과 경기 상황에 대한 상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논쟁을 벌였다. 그는 당시 “지금 구조적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 양적완화와 저금리는 단기적 처방이며 재정 지출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버냉키 전 의장의 양적완화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이에 버냉키 전 의장은 “지금의 저성장은 일시적인 것이며 돈을 풀면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경제학자들의 논쟁은 팬데믹이 갓 시작된 작년 이맘때도 활발히 전개됐다. 당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공황”이라며 극도의 비관론을 폈지만 버냉키 전 의장은 “이 상황은 대공황과 다르다. 꽤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경기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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