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성폭행한 20명 소방관 중 단 3명 기소…프랑스 ‘분노’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2월 9일 13시 23분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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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소방관 20명이 2년간 13세 소녀를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강요나 폭력’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 중 단 3명만이 기소되자, 분노한 프랑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법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시 소방관들이 10대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심리가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사건은 피해자 줄리(가명)가 13세였던 2008년 발생했다. 당시 줄리는 심각한 불안 발작 증세를 겪고 있었고 소방관 피에르가 그를 구조했다.

피에르는 줄리의 의료파일에서 전화번호를 얻어 처음엔 “애정 어린 메시지”를 쏟아부었다.

이후 그는 줄리에게 옷을 벗고 웹캠으로 촬영해달라고 요구했고 줄리가 이에 응하자 동료 소방관들에게 번호를 넘겼다. 이들 역시에게 줄리에게 같은 요구를 했다.

줄리의 어머니는 피에르가 줄리의 건강 상태를 보기 위해 그의 집에 방문할 것이라고 하자 처음에는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피에르를 위해 케이크도 만들었다”며 “줄리가 아플 때 그들이 돌봐준 것에 감사했다”고 호소했다.

2009년 1월, 피에르는 줄리의 집에 방문했고 피에르가 집에 있는 동안 줄리의 어머니는 개를 산책시켰다. 어머니는 이 시간에 피에르가 줄리를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10개월 후 피에르는 관복을 입고 14세의 줄리를 그의 아파트로 데려갔다. 아파트에는 그 외에도 동료 2명이 있었고 그들은 줄리를 집단 성폭행했다.

줄리는 2010년 7월에서야 어머니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고백했다. 어머니는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줄리 측은 2년간 20명에 달하는 소방관들이 줄리의 집에 130여 차례 드나들며 줄리를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성폭행을 당한 이후 줄리는 심신 건강이 악화되었고, 이로 인한 발작도 더욱 심해졌다. 외출하는 것도 무서워하고 항불안제도 처방받았다.

그러나 피에르의 집에서 줄리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3명의 남자 외에 17명에 대한 조치는 없었다.

피고인들은 근무 중 줄리와 집단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아동으로서의 취약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들 3명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고 8년에 걸친 수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2019년 7월, 3명의 가해자는 강간죄 대신 ’15세 미만 청소년과 합의하에 삽입 성교를 저지른 죄’를 적용받았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강간 혐의를 인정받기 위해서 피해자는 ‘강요 또는 폭력적인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법원은 이러한 증거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수사 결과에 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가족들은 1심의 판결에 불복하고 항고했다. 그러나 고등법원도 줄리가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고 판단해 이를 기각했다.

줄리 측 변호인단은 오는 10일 열릴 대법원 재판에서 사건에 연루된 20명 전원에게 강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현재는 피에르의 집에서 집단 강간을 한 3명에 대해서만 ‘강간 혐의’가 적용됐다.

피해자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판결에 반발하며 오는 14일 프랑스 전역에서 강간죄 기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또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도 다른 유럽 연합 국가들처럼 법에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 최소연령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8년 15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하는 것을 ’강간’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법안이 추진됐지만, 정부가 ’유죄추정’의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무산됐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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