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예술가집단 ‘MSCHF’가 ‘명품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분해한 뒤 슬리퍼로 만들어 화제다. 2016년 결성된 후 10여 명의 예술가가 속한 MSCHF는 기존 관습을 깨부수는 각종 창작 활동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세계적 명성의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의 판화 한 점을 3만 달러에 사들인 후 88개의 조각으로 분해했고 모든 조각을 경매로 팔았다.
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MSCHF는 4개의 버킨백을 구입해 분해한 후 수 십 개의 슬리퍼를 만들어 ‘버킨스톡(birkinstock)’이란 이름을 붙였다. 버킨(birkin)백과 코르크 재질의 슬리퍼로 유명한 독일 신발 브랜드 ‘버켄스톡’을 조합한 명칭이다. MSCHF는 가방 구매에 총 12만2500달러를 지출했다.
버킨스톡의 밑창은 코르크와 고무로 만들어졌다. 윗부분에 버킨백에서 가져온 최고급 가죽, 맞춤형 도금 버클 등을 부착했다. 가격은 최소 3만 4000달러(약 3797만 원)에서 7만6000달러(약 8489만 원) 사이다.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으나 현재 구매가능 수량은 10개 미만에 불과하다. 유명 R&B 가수 켈라니, 래퍼 퓨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예술가 등이 이미 이 신발을 구매했다.
MSCHF 측은 이번 시도가 고급 패션과 과시 소비에 대한 일종의 야유와 조롱이라고 밝혔다. 버킨백을 예술품처럼 신성시하고, 가방이 손상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세태에 경종을 울리려고 했다는 의미다. 소속 예술가 케빈 와이즈너는 CNN에 “어떤 것도 신성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가격 추가 인상을 노리고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가방 재테크에 나서는 사람들을 비판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밝혔다. MSCHF 측은 웹사이트에 “버킨백은 연간 14%의 투자 수익을 안겨준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소속 기업의 평균 이익을 능가하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버킨백은 영국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75)의 이름에서 따왔다. 1983년 장 루이 뒤마 당시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버킨과 조우했다. 당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다 내용물을 모두 쏟은 버킨이 “수납이 잘 되는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탄생했다. 영국 모델 케이트 모스, 영국 가수 빅토리아 베컴 등 유명인이 애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소 수천 만 원을 호가하며 악어 가죽, 다이아몬드 장식 등을 사용한 일부 가방은 수 억 원에 이른다. 비싸지만 쉽게 구할 수 없는 가방으로도 유명하다. 버킨은 2015년 “가방 소재인 악어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 학대가 자행된다.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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