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된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수십 년래 최악 수준까지 추락했다”는 평가 속에 양국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 삐거덕댈 경우 미국은 한미일 3각 협력이 아닌 ‘쿼드(Quad)’ 등 한국이 제외된 다자협력체에 비중을 더 싣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달 2일 업데이트한 미일 관계 보고서에서 2018년부터 악화해온 한일 간의 갈등을 지적하며 양국 관계가 ‘곤두박질쳤다(plummet)’고 했다. 이는 한미일 3국의 정책 조율을 ‘약화시켰다(erode)’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복원을 공언해온 사실을 환기시키며 “바이든 행정부는 더 효과적인 3자 협력 증진을 위해 두 동맹 간 신뢰를 촉진할 방법을 검토 중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CRS 보고서는 상·하원 외교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을 포함해 모든 의원과 보좌관, 전문위원들에게 배포되는 자료다. 분석 내용은 의회의 입법 활동에 참고자료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작지 않다.
보고서는 미일 관계를 두고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양국이 중국부터 북한까지 역내 다양한 안보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일본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는 “중국과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 역내 다른 나라와의 연대를 강화했고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했다”고 했다. “국방 협력 증진을 위해 미국, 인도, 호주와의 4자 협의체인 ‘쿼드(Quad)’ 안보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도 평가했다.
의회 뿐 아니라 행정부도 한일 관계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9일(현지 시간) 본보에 “우리는 ‘쿼드’ 협의체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과의 관계 강화 방안들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파트너로써 한국에 대한 기대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듣는 것이라고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정신과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뿐”이라며 “세계적인 혁신국가인 한국이 북한이나 일본 문제에 관해서는 그 어떤 혁신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를 주요한 외교정책 방향으로 정한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한미일 3각 협력의 복원이 시급한 현안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이나 미사일 실험에 나설 상황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북한 도발보다 한국, 일본 같은 우리의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조율되지 않을 상황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0일 ‘한국의 대북정책, 일미와 보조 맞출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이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일본 미국과 협력 체제를 구축해 북한 비핵화 등에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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