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질환으로 혼자 일어설 수 없었던 英 노인
강추위에 방치한 집배원
영국에서 계단에서 미끄러진 70대 여성을 피곤하다는 이유로 외면한 우편집배원이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지난 10일 영국 폴커크주의 패트리샤 스튜어트(72·여)는 소포를 가지러 집 밖에 나왔다가 갑자기 현기증을 느껴 계단에서 넘어졌다. 그는 뼈 질환을 앓고 있어 보행 보조기나 타인의 도움 없이는 혼자 일어설 수 없었다.
때마침 소포를 배달한 집배원인 토마스 맥카퍼티가 근처에 있어 패트리샤는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토마스가 “이른 아침부터 일하느라 피곤해서 당신을 도울 수 없다”며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은 옆집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 속 토마스는 패트리샤의 바로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그런데도 그는 넘어진 노인을 뒤로한 채 자리를 떠나버렸다.
심지어 이날은 1955년 이후 영국에서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한 날이었다. 잠시 소포를 가지러 나왔다 변을 당한 패트리샤는 얇은 옷만 입은 채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또 폭설로 쌓인 눈이 아직 녹지 않아 패트리샤의 온몸은 눈 범벅이었다. 눈 위에 누워 울면서 주변에 도움을 호소하던 그는 20분 후 다른 배달원에게 구조됐다.
패트리샤의 조카이자 보호자인 셰릴 하킨스는 토마스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잘못한 게 없다며 거부했다. 패트리샤의 가족은 토마스가 속한 ‘로열 메일’ 측에 진정서를 넣어 토마스의 해고를 요구했다.
로열 메일 측은 이번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집배원들에게 지역사회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있다”면서 “피해 고객과 연락을 취하고 있으며 진상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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