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오전 8시. 독일 수도 베를린 시내 포츠담 광장. 베를린 장벽이 설치됐던 곳이자, 독일 통일의 상징적 장소인 이곳에 거대한 200t 기중기가 나타났다. 기중기가 무게 38t, 높이 6.2m의 통일정자를 들어올리자 “와. 저것 좀 봐”, “대단한 장면”이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주 독일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통일정자는 베를린 슈툴러가에 위치한 한국대사관 뒷 마당으로 옮겨졌다. 통일정자는 2015년 11월 포츠담 광장에 세워진 정자다. 당시 독일 통일 25주년을 기념해 주 독일 한국대사관에서 설치를 제안했다. 이를 베를린 시가 받아들이면서 나무로 된 서울 창덕궁 상량정 원형을 1 대 1 크기로 베를린 한복판에 복원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미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베를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베를린 시 당국이 허가한 설치 기간이 만료되면서 통일정자는 이날 한국대사관 뒷마당으로 옮겨지게 됐다. 이날 베를린 중심가 도로를 통해 38t 무게의 통일정자를 옮기는 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이날 새벽부터 경찰이 동원돼 거리를 통제했다. 이후 200t 짜리 거대 기중기가 등장했다. 기중기가 쓰러지지 않도록 옆에 받친 철물 지지대만 80t에 달했다.
여기에 특수 제작된 8.2t의 H빔으로 통일정자 아래를 받쳤다. 기중기는 정자를 들어올려 대형 트럭에 실었다. 해당 작업에만 30여 명이 투입됐다. 이동 과정에서 베를린 시 가로수가 훼손되지 않도록 가지치기가 진행했다. 가지치기 한 가지만 1개 트럭 분이 나왔을 정도. 이동 중 통일정자가 신호등에 걸리자 신호등을 해체한 후 다시 설치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통일정자는 포츠담 광장에서 3㎞ 떨어져 있는 슈툴러가 주독일 한국 대사관으로 옮겨져 14일 오후 1시경 재설치를 마쳤다. 대사관에 도착한 통일정자는 기중기를 통해 대사관 담장을 넘어 뒷 마당에 설치됐다. 통일정자가 대사관 마당에 안착하자 해당 모습을 보던 지역 주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틀 간 30시간 가까이 걸린 통일정자 운송대작전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봉기 주독일한국문화원장은 “통일정자는 대사관으로 옮겨졌지만 계속 베를린의 명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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