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024년부터 자국 내 본사 또는 지사를 두지 않은 회사와는 거래하지 않기로 했다. 사우디가 ‘포스트 석유’ 시대를 준비하며 해외기업 유치에도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해외기업 투자 유치를 통해서 성장해온 아랍에미리트(UAE)와 중동 비즈니스 허브 자리를 놓고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15일(현지 시간)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정부 공식 소식통을 인용해 “해당 조치는 정부발주 사업이 대상으로 사우디 정부가 지원하는 기관이나 정부 소유 투자자금 등과 거래하는 경우에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무함마드 알 자단 사우디 재무장관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는 해외직접투자 유치와 지식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를 통해 사우디의 경제적 유출을 막는 동시에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투자장관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결정은 사우디 내 일자리 창출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사우디 내 해외 투자 유치가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식산업 국산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SPA통신에 따르면, 해당 거래 제한 조치는 민간 부문에서 기업과 기업간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일부 업종에 대해선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하반기쯤 관련 규정과 시행 지침 등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AFP 등 주요 외신들은 사우디 정부 조치로 인해 중동에서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중동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잡은 UAE 두바이와 사우디 수도 리야드 간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 중동에선 보수 이슬람 성향이 강하고 이에 따른 생활 제약이 많은 리야드에 비해 외국인에 대해 자유로운 생활을 보장하고 즐걸거리가 더 많은 두바이 쪽에 해외 기업 지사가 몰려 있으나, 사우디의 이번 조치로 인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사우디 정부가 소유한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아람코와, 사우디 국가 전략사업을 발주하는 약 3200억 원 달러(약 352조 원) 자산 규모의 국부펀드(PIF)와의 사우디 지역 내 거래에도 해당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 정부는 민간 영역 거래는 자유라는 입장이나, 대부분 사우디 민간기업 역시 정부사업과 관계가 깊다”고 설명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여전히 생활면에서 UAE 두바이가 가진 이점이 현재까진 더 크다며, 두바이에 지사를 둔 기업들이 일부 사무소를 사우디에 두고 사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우디가 외국인이 즐길거리를 늘리고, 투자지역 내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등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신들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번 사우디 정부의 발주기업 제한 조치를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포스트 석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지식콘텐츠 산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쳐왔다. 해외투자 및 투자 유치 전략도 활발하게 펼쳐오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달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를 통해 딜로이트, 펩시코, 벡텔 등 24개 주요 글로벌 기업이 지역본부 이전 의사를 밝혀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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