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의 경제 회복세가 아직 충분치 못하다면서 현재의 경기부양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현재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강조해 월가 일각에서 제기하는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논의에 선을 그었다. 주식, 원자재 등 자산가격의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당분간 현 정책 기조를 고수할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17일(현지 시간) 공개한 지난달 26, 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경제 여건이 현재 위원회의 장기 목표에 한참 못 미치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완화적인 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모든 참석자들은 연방 기준금리와 자산매입 속도를 위한 현재 위원회의 설정을 유지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지난해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매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고 있다. 시장에 돈을 풀어 가계나 기업의 경제 활동을 더 원활하게 함으로써 경기 회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대량의 채권 매입으로 연준의 보유자산(대차대조표)은 7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런 정책이 코로나19로 얼어붙은 미 경제에 온기를 불어 넣긴 했지만 완전고용 달성 등 최종 목표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본 셈이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을 우려해 경기부양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지만 연준 관계자들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총재는 이날 CNBC에 “주식이 전반적으로 높게 가치가 매겨지고 있지만 과도하다는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중앙은행이 조만간 긴축 정책을 써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지난달 FOMC 회의를 마치고 난 후 기자회견에서 “테이퍼링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다만 연준이 지난해 초부터 계속된 통화완화 정책이 실물 경기를 회복시키기는커녕 증시 등 자산시장의 거품만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상당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 역시 경기를 필요 이상으로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