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직 의원이 우리 정부를 향해 ‘베트남전 성폭력 의혹’을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기고문을 발표했다.
웨인 데이비드 영국 노동당 소속 의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젠 한국이 베트남에서의 성폭력 의혹을 인정할 때(It’s time South Korea recognised allegations of sexual violence in Vietnam)’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현지 언론 인디펜던트에 공개했다.
데이비드 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의 여성 상대 전쟁 범죄로 기고문 포문을 열었다. 그는 “2차 대전 동안 일본의 극동 여러 국가 점령은 여성에 대한 끔찍한 범죄로 이어졌다”라며 한국 여성 수천 명이 이 기간 일본의 성범죄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분쟁 상황에서의 성범죄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일은 칭찬할 만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자국 군인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주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응과 극명하게 대조된다”라고 했다.
그는 이후 지난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을 거론,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병력을 투입했다”라며 “다수의 한국 군인과 기타 병사들이 베트남 여성을 성적으로 폭행하고 강간했다”라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의원은 “그들(피해자) 중 일부는 당시 어리면 12~13세였다”라며 “일각에선 강간을 당한 베트남 여성이 수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약 800명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행위의 결과 여성 다수가 베트남어로 혼혈이라는 뜻의 이른바 ‘라이따이한(Lai Dai Han)’ 아이를 낳았다”라며 “이런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은 현지 공동체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의혹을 인정하지도 않고, 군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지도 않는다는 게 그가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는 “어느 나라든 자국 군인이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라면서도 “국가는 그들이 저지른 일을 확인·해결하고 의혹을 조사하며 증거가 공정하게 평가되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비드 의원은 영국 의회 내 베트남 문제를 다루는 APPG(초당적 의원 모임) 의장으로 라이따이한 공동체의 생활 실태 등을 조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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