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줄게 나 밀어다오”…중·러·인도까지 후끈 달아오르는 외교전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5일 09시 58분


이전의 ‘하드파워’(군사력)와 ‘소프트파워’(문화) 대신 백신이 글로벌 외교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4일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의 백신 생산력을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에 적극적으로 백신을 무상 공급하면서 이 새로운 형태의 외교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다.

◇ 중국 ‘책임있는 강대국’ 이미지 만들기 : 미국이 자국민을 위해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유럽도 약속된 백신 배송을 맞추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동안 또 다른 백신 생산국가들인 중국과 러시아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초반에는 막강한 생산력을 가진 마스크를 주변국 또는 동맹국들에 주다가 이제는 자국 생산 백신을 무료 혹은 유료로 공급하고 있다.

백신 약 20만회분은 알제리, 세네갈, 시에라리온, 짐바브웨에 주었고, 50만회분은 파키스탄으로, 75만회분은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갔다.

베르트랑 바디 파리 사이언스-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북반구 국가(부국 의미)들이 완전한 이기심만 보여주었던 시기에 중국은 남반구 국가들(빈국)의 옹호자로 자신을 내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일의 정치연구 재단인 SWP는 중국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협력을 기대하며 기존의 원조 국가들에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무엇보다도 국제적으로 ‘책임감 있는 강대국’으로 인식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 ‘스푸트니크 V’로 옛소련의 영화 되찾는다 : 러시아의 경우 옛소련이 발사한 첫 인공위성의 이름을 딴 ‘스푸트니크 V’ 백신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신뢰를 얻지못했던 스푸트니크 V는 의학전문지 랜싯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후 세계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 등 유럽연합(EU) 소속 3개 국가는 유럽 제약사들이 백신 공급을 지연시키자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러시아 백신으로 갈아탔다.

바디 교수는 “러시아가 권력을 되찾는 방법은 결국 자국이 미국보다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가 적고, 서유럽 국가들보다 자국 백신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관계에서 이미지는 결정적”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의 힘을 다시 세우고 서방세계와 동등하게 존중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인도, 이스라엘 등도 백신 외교 참전 : 중국과 러시아가 백신 외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동안 다른 나라들도 뒤늦게나마 경쟁에 돌입했다.

백신 생산 대국인 인도는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이웃 국가들에 대한 공급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률을 자랑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온두라스와 체코에 백신을 공급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이스라엘 봉쇄 하에 있는 팔레스타인 영토인 가자지구와 튀니지에 백신을 기증해 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늦었지만 EU 역시 백신 외교전에 뛰어들 예정이다. 한 EU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와 중국은 모든 검증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다소 통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백신을 공급해오고 있다”고 꼬집은 뒤 “경주는 끝나지 않았다. 이것은 마라톤이다. 후반부, 아니 최소한 3분의 1은 남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