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온 편지 - 크 자 윈(K Za Win) |
아버지에게, 배가 잘려나간 그 강에 전쟁이 선포됐어요. 언덕 위에 아주 작은 우리 집이 있는. 그렇죠? 당신은 누군가를 찾을 겁니다. 제방의 막대기를 들고 당신을 도울 누군가를. 강을 곧게 펴기 위해, 강의 잘려나간 부분을 모래주머니로 다시 채우기 위해. 대나무 창처럼 솟아오르는 탁한 물줄기 속에서, 당신은 참깨 밭을 응시하고 있겠죠. 수확할 준비가 된 열매가 가득한. 그리고 당신은 생각하고 있겠죠. 곧 거둬들일 당신 입 속의 한 움큼의 쌀을. 아마도 당신은 종교에서 위안을 찾을 거예요. 우리의 다섯 적들을 생각하며. 어쩌면 당신은 당신의 아들이 채울 수 있는 빈 자리를 생각하겠지요. 아들 하나, 딸 둘, 아들 하나; 맏이는 감옥에 있는 시인이죠. 첫째 딸은 학교 선생님이구요, 둘째는 졸업해서 부엌에 있네요, 막내는 아직 학생입니다. 당신의 시인 아들, 바로 그는 당신이 잡초를 뽑을 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용서하지 마세요, 아버지. 아무것도! “아들아, 왜 너의 목소리 너머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느냐?”, 당신은 전화기 너머로 물었죠. “전 지금 버스 정류장에 있어요. 신문사에 원고를 보낼 참이거든요.” 나는 거짓말을 했어요. 독안에 든 당신의 거짓말쟁이 아들로부터 “우리의 자비로운 농부들에게…”라며 혀끝으로 당신을 현혹시킬 폭도들에게. 왜냐면, 그들은 당신을 몰래 데려오길 원해요, 그들 모두를 증오하세요, 아버지. 그들 모두를 증오하세요. 도둑은 무기가 없어요. 폭도는 완전 무장했어요. 만약 도둑들을 통치할 수 없다면, 만약 폭도들을 통치할 수 없다면, 정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정글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산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강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들은 마치 코코넛을 갈아먹는 것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라를 사랑해요. 안쪽 깊숙한 곳에서부터 갉아가며 코코넛 우유를 짜내는 것처럼. 그들은 볏짚을 쌓고 쌓아서 왕좌를 높이고, 부처님의 이마에 총을 겨눌 겁니다. 그들은 무지합니다. 만약 그들을 욕하려 할 때 당신의 종교가 이를 막거든 나로 하여금 차라리 종교를 버리도록 해 주세요. 나는 당신을 대신해 퍼부을 거예요. 아마 당신은 아직 모르시겠죠. 당신의 아들이 소위 경찰이라고 하는 자들을 향해 ‘무고한 시민을 해치지 말라’며 맞섰다는 것을요. 언젠가 도둑이 아닌 당신의 아들이 폭도도 아닌 당신의 아들이 당신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당신과 함께 잡초를 뽑을 수 있기를. 지금은, 아버지, 밭을 계속 응시하세요. 당신이 맨 손으로 일군 그 밭을. 그리고 노래하세요. 농부의 노래를. 영원토록 당신의, 아들 언제나 당신의 벗인 아들 크 자 윈으로부터 타야와디 감옥 10구역 1번 방. A letter from a jail cell -K Za Win Dear Father, the River, whose stomach was cut open, has declared war on our tiny house on the bank, hasn‘t she? Right in front of the house you must be looking out for someone who will help you with embankment poles to straighten the river, to fill her holes with sandbags. In the murky water, which rises like a bamboo lance, you must be gazing at the sesame plantation- laden with fruits ready for harvest. You must be thinking a fistful of rice in you mouth is about to be fingered out. Maybe you will find solace in religion, contemplating our five foes. Maybe you will think of the void a son’s labour can fill. One son, two daughters and one son; The eldest is a poet in prison, the first daughter, a school teacher, the second, a graduate in the kitchen, the youngest, a student. You poet son, is he even employable as the dah you use to clear weed? Forgive nothing, Father. Nothing! “son, Pho Chan, why do I hear noises behind you?”, you asked on the phone. “I am at the bus stop to post a manuscript to a journal,” I lied. From you liar son in the dock to thugs who sweeten you with the tips of their tongues, “To our benefactor peasants…”, because they want to have you from behind, hate them all, Father. Hate them all. A thief is unarmed. A thug is armed to the teeth. If thieves are ungovernable, if thugs are ungovernable, what‘s the point of government? Whatever happens to the jungles whatever happens to the mountains whatever happens to the rivers they don’t care. They love the country just the way they love to grate a coconut, from inside out, for coconut milk. Plinth by plinth, to make their throne taller, they will point their guns at the urna on the Lord Buddha‘s forehead. Their class is that crass. To cuss at that class if your religion forbids you allow me to lose that religion. I will turn the air blue on your behalf. Maybe you don’t know yet. your son was set up for demanding the so-called police not to harm ordinary citizens. Someday your son, who is not a thief nor a thug will become employable, good as your dah that clears weed. For now, Father, keep gazing at the plantation you‘d ploughed with your naked shoulders. Keep singing the anthem of The Peasant Union. Yours ever, K Za Win Cell 1, Section 10 Thayawaddy Prison |
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2021-03-05 23:14:40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상상 속 아버지'가 살던 '금각사'를 불태우고 자살한 극우 일본 작가나 자기 신변을 단편시로 남기고 비명한 (좌익?) 시인이나 객관주의를 가장해 정치색으로 평가한다는 거 피하는 게 좋고 증오 대상과 혼란 원인을 가려 서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죠.
2021-03-05 22:57:59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우리는 국제 제재를 참을 수 있다'고 하며 서서히 무력의 강도를 높이고 시위대가 실수하는 것을 기다렸다 공포를 주는 진압을 택할 건데 그럴수록 격한 응수보다 '독재 끝나는 날, 그들이 내려놓을 짐만 늘어날 거다' 희망을 갖는 게 중요하죠.
2021-03-05 22:46:33
인간 감정에서 증오는 자연스러운 일면이고 증오의 대상을 향한 해결책이 사회 역학에 관한 철학이냐, 사랑에 관한 신학이냐, 둘로 나뉘기는 하지만 사회적 큰 저항을 일으킬 만큼 사회 부조리가 심할 때는 각자 양심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연대하고 증명하는 모험도 감수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