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서 희토류, 로봇 등 8대 정보기술(IT) 신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을 내놨다. 이같은 전략을 직접 발표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10년간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매진할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정책의 핵심으로 ‘동맹국들과의 기술 연대’를 강조해 미중 간 기술 전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업무 보고에서 “과학기술 집중 육성에 관한 ‘8대 산업’과 ‘7개 영역’을 선정했다”며 “향후 5년간 이 분야에 연구개발(R&D) 자금을 매년 전년 대비 7% 이상씩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도 “당국이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계획’과 ‘2035년 장기 발전계획’ 심사에 착수했다. 조만간 최종 확정될 두 계획의 핵심은 모두 과학기술”이라고 전했다.
8대 산업은 △희토류 포함 신소재 △고속철, 대형 LNG 운반선 등 중대 기술 장비 △스마트 제조 및 로봇 기술 △항공 엔진 △베이더우(北斗) 위성위치확인 시스템 응용 △신에너지 차량 및 스마트카 △첨단 의료장비 및 신약 △농업 기계 등이다. 7개 과학기술 영역은 △인공지능(AI) △양자정보 △집적회로 △뇌과학 △유전자 및 바이오 기술 △임상의학 및 헬스케어 △우주 심해 극지 탐사 등이다.
리 총리는 “10년 동안 단 하나의 칼을 가는 심정으로 매진할 것이다. 과학기술 종사자들이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주겠다”며 “국가 실험실을 더 많이 짓고 전략적 과학기술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돌파구’란 단어를 여러 번 언급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로 최대 통신회사 화웨이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의 반도체 수급이 차질을 빚고 해외 거래가 제한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 육성에 따른 기술자립을 통해 미중 관계에서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계획이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확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조업에 스마트 기술을 더해 2025년까지 세계 최강 제조업 국가가 되겠다는 중국의 이 전략은 당시 발표되자마자 미국과 유럽 등에서 “국제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제조업 대신 ‘과학기술’을 앞세워 제조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논란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의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세계 1, 2위 경제 대국으로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양국 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왕 부장은 “관건은 양국이 솔직한 소통으로 갈등을 관리하고 전략적 오판을 막아 충돌을 피하는 것”이라면서 “공정과 공평의 기초에서 경쟁을 해야 하고 서로 공격하거나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대만과 신장위구르 문제, 홍콩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침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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