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백인 오바마’ 깎아내렸다? “부티지지 게이라서 대통령 못된다 말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8일 16시 54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AP 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72)을 적극 추천한 반면 ‘백인 오바마’로 불린 성소수자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겸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39)을 깎아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정치매체 더힐의 에이미 파네스 기자와 NBC방송의 조너선 앨런 기자는 2일 출간한 ‘행운: 조 바이든은 어떻게 가까스로 대통령이 됐나’는 책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부티지지는 동성애자고 키가 작아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38세이지만 마치 30세처럼 생겼다. 그는 한 작은 마을의 시장”이라며 나이가 어리고 인구 10만 소도시의 시장이 정치 이력의 전부인 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두 저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을 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첫 경선을 약 4개월 앞둔 2019년 10월 40여 명의 흑인 후원자들과 만난 저녁식사에서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모임에는 케네스 셔놀트 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 찰스 필립스 전 오라클 사장, 레이몬드 맥과이어 씨티그룹 대표 등 전현직 재계 거물들이 참석했다.

중앙정계 경험이 없는 부티지지 전 시장은 지난해 초 민주당 대선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당원대회(코커스), 뉴햄프셔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각각 깜짝 1,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조직과 자금력 열세로 돌풍을 이어가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후 조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하버드대 졸업, 뛰어난 대중연설 능력,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 등이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슷해 ‘백인 오바마’로 불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경선 경쟁자보다 일찌감치 자신을 지지한 그를 교통장관으로 발탁했다.

두 저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부티지지 장관 앞에서는 조언자 역할을 하면서 막상 뒤에서는 그를 웃음거리로 삼은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부티지지는 성소수자로서 사람들 앞에 어떻게 보여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오바마의 개인 사무실까지 찾아갔다. 오바마는 미국의 가장 부유한 흑인들 앞에서 그에 대해 별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고 비판했다.

두 기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부유세를 주창해 ‘월가의 저승사자’ 등으로 불리며 월가 및 재계와 척을 진 워런 의원에 대한 재계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참석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 말의 90%는 워런의 지지를 위한 설교였다”고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만약 워런이 경선에서 이기면 나는 그를 지지할 것이고 월가와 기업들 역시 그러길 바랄 것”이라며 참석자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워런 의원은 이 곳의 교수로 오래 재직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이 대통령일 때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의 대선 경쟁력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내용도 등장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계 거물들에게 워런 의원의 능력을 열거했지만 막상 바이든 후보에 대한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가 “바이든을 빠뜨렸다”고 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근심스러운 얼굴로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두 저자는 밝혔다. 한 참석자는 “바이든에 대한 오바마의 반응은 미지근했다”고 전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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