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언론 “왕실과 여왕에 대한 배신”
바이든 취임식서 축시 흑인 시인
“英왕실, 변할 기회 놓쳤다” 비판
영국 해리 왕손과 메건 마클 왕손빈 부부의 인터뷰가 7일 미국에서 공개된 후 영국과 미국의 여론은 엇갈렸다. 영국에서는 “왕손의 조부 필립공(100)이 입원 중인데 조국에 칼을 꽂았다”며 국적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왕손빈 모국인 미국에서는 “왕손빈을 지지한다”는 선언이 잇따랐다.
영국 언론은 왕손 부부가 “언론이 왕실과의 불화를 부추겼다”고 한 것을 두고 비판했다. 더타임스는 ‘둘의 폭로는 왕실이 우려한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톱기사를 실었고 가디언은 이번 인터뷰가 철저히 계산된 ‘장사’라고 비판했다. 왕실 전기작가 애너 패스터낙은 BBC 인터뷰에서 “매우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왕손빈 입맛에 맞는 연속극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왕실 전기 작가 페니 주노는 “품격 떨어지는 보복전이 됐다”고 했다. 유명 토크쇼 진행자 피어스 모건은 “왕실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95)에 대한 수치스러운 배신”이라며 “여왕이 애써 일군 것을 왕손 부부가 2시간 동안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왕손은 전 세계가 왕실, 군주제, 조국을 증오하길 원한다”고 비난했다. 왕실은 아직까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찰스 앤슨 전 여왕 공보비서는 “왕실 안에 단 한 가닥의 인종차별 흔적도 없었다”고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언론 질의에 즉답을 피한 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변국 관심도 쏠렸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영국 왕실이 새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독한 흑인 여성 시인 어맨다 고먼은 “영국 왕실이 변화할 큰 기회였지만 왕손빈을 학대해서 놓쳐버렸다”고 비판했다. 흑인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딸 버니스 등은 인종차별로 이미 상처를 입은 사람에게 영국 왕실이 또 상처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일부 미 누리꾼은 “일반 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수사 대상”이라고 가세했다.
이번 폭로전의 진정한 승자는 인터뷰를 진행한 미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67)란 말도 나온다. CBS는 윈프리 소유의 제작사 하포프로덕션에 최대 900만 달러(약 104억 원)를 지불했다. 시청률 대박도 예상된다. 윈프리는 왕손 부부가 결혼할 때부터 독점 인터뷰를 제의했다. 지난해 부부가 미국으로 온 뒤로는 거주지 선택 등에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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