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0여개국서 방영권 구입… “英왕실 이야기가 킬러 콘텐츠”
英언론 “아들 왕자 호칭 못받은건 피부색이 아니라 왕실 규칙 때문”
영국 왕실 내에 인종차별이 있다고 폭로한 해리 왕손(37)과 메건 마클 왕손빈(40) 부부의 얘기가 미국 시청자 1710만 명을 불러 모았다. 8일 CNN 등 주요 외신은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을 인용해 둘의 인터뷰가 올해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미 특집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시청자를 모았다며 이는 올림픽, 월드컵 등 메가 스포츠 이벤트 때나 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는 미 동부 시간으로 7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CBS방송을 통해 방영됐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인 시대에 특정 시간에 ‘본방 사수’를 해야 하는 지상파 인터뷰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이유를 두고 왕실 스토리 자체가 일종의 ‘킬러 콘텐츠’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영국 왕실 이야기는 계속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역사에는 없는 유서 깊은 왕가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부부의 인터뷰가 영국 왕실을 다룬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더 크라운’과 맞물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황금알로 평가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타임스는 “왕실 이야기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일일 드라마이고 왕족들 또한 스타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분석했다. 통치권이 없는 입헌군주제 아래 왕족이 갈수록 대중의 꿈을 먹고 사는 연예인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 ITV가 이미 미국에서 방영된 이번 인터뷰의 영국 내 방영권을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에 사들이고 세계 70여 개국에서 방영권을 사들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왕손 부부가 타블로이드 매체의 극성 보도로 미국 이주를 결정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는 반응이 엇갈린다. 국민 혈세가 왕실 재정에 투입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일정 부분의 노출은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사생활 취재가 도를 넘었다는 반론이 맞선다.
영국 언론들은 해리 왕손 부부의 아들 아치가 태어나기 전인 2012년 개정된 영국 왕실 칙령상 왕세자의 장남 자녀들에게만 ‘왕자’ ‘공주’ 칭호가 부여된다고 보도하는 등 ‘팩트 체크’에 나섰다. 아치가 왕자 칭호를 받지 못한 건 피부색 때문이 아니라 원래 있던 왕실 규칙 때문이라는 것이다. BBC는 왕손 부부가 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미 흑인 배우 겸 감독 타일러 페리(52)가 로스앤젤레스 부촌 베벌리힐스의 집을 제공하는 등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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