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장’ 김범석 “한국, 아마존·알리바바도 장악 못한 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2일 08시 23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오프닝벨 알리는 쿠팡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오프닝벨 알리는 쿠팡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11일(현지 시간) 오전 경영진과 함께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을 찾았다. 이날 뉴욕 증시의 개장을 알리는 ‘오프닝 벨’을 울리기 위해서였다. NYSE는 신규 상장 기업의 관계자들을 초대해 당일 거래의 시작을 함께 하는 전통이 있다.

벨이 울리자 김 의장은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크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온라인 화면을 통해 ‘감동 사연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과 배송직원, 쿠팡 마켓플레이스 입점 업체 대표 등이 출연해 쿠팡의 뉴욕 증시 입성을 축하했다. 월가의 NYSE 건물에는 이를 기념하는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가 내걸렸다. 쿠팡은 이날 뉴욕 증시에 ‘CPNG’이라는 종목코드로 상장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이뤄낸 김 의장은 이날 오후 뉴욕 현지에서 미국 주재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 화상 간담회에서 “세계적인 회사들의 커뮤니티에서 한국 유니콘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상장 배경을 밝혔다. 김 의장은 “우리 상장의 목표는 대규모 자금 유치”였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시장에 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유치 자금의 사용 방안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투자해왔듯이 공격적인 투자를 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물류 인프라 구축에도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향후 기업의 성장 방향에 대해서는 “한국 시장 규모가 절대로 작지 않다”며 “이번 상장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 게 한국시장의 규모와 가능성, 혁신 DNA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국내 시장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의 E커머스 시장 규모가 530조 원이나 된다”며 “한국은 전 세계 10대 E커머스 시장 중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유일한 시장”이라고 한국 시장의 가치를 평가했다.

흑자 전환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는 적자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이날 상장으로 시장에서 평가한 기업가치(시가총액)가 단숨에 100조 원으로 치솟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쌓인 누적 적자도 4조 원에 이른다. 그는 차등의결권 문제가 뉴욕증시 상장에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상장의 가장 큰 이유는 자금조달이었다”면서도 “(차등의결권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여러 가지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경영자의 보유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국에는 이 제도가 없기 때문에 쿠팡이 일부러 뉴욕 증시를 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미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를 하고 “한국인들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졌다”면서 “이 믿을 수 없는 스토리의 작은 일부가 돼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60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다”는 소개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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