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클 목 짓누르는 英 여왕…샤를리 에브도 만평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4일 22시 38분


샤를리에브도 홈페이지
샤를리에브도 홈페이지
프랑스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5)과 메건 마클 왕손빈(40)을 지난해 미국서 벌어졌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빗대 논란이 일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가 13일 공개한 최신호 표지엔 만평 형식으로 여왕이 오른 무릎으로 마클의 뒷목을 짓눌러 제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표지 우측엔 ‘마클이 버킹엄궁(영국 왕실)을 떠난 이유’라고 적혀 있고, 그 아래에 마클이 “내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말풍선이 달려 있다. 여왕은 붉어진 눈으로 사람의 목을 짓누르며 웃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이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다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최근 영국 왕실 스캔들을 빗댄 것이다. 여왕의 손자 해리 왕손(37)의 부인으로 흑백 혼혈인 마클은 7일 미국 CBS 인터뷰에서 “왕실 인사가 아들 피부색을 걱정했다”고 폭로했고 이후 왕실의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해당 만평이 여왕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일부 왕실 지지자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만평이 인종차별 문제를 제대로 지적하기보다는 인종 문제를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영국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민간 연구소 러니미드트러스트의 할리마 베굼 박사는 트위터를 통해 “에브도의 만평은 인종차별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차별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와는 무관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2015년 1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해당 만평에 격분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총격 테러를 가해 편집장을 포함한 직원 10명과 경찰 2명 등 12명이 숨졌다.

해당 사건 이후에도 이 주간지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을 종종 불러일으켰다. 2016년 1월엔 지중해에서 익사한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를 성추행범으로 묘사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만평엔 쿠르디가 죽어 있는 모습을 그린 뒤 ‘꼬마 알란이 성장하면 무엇이 됐을까?’라는 질문과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란 문구를 적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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