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 北과 물밑 접촉…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5일 03시 00분


美 고위 관계자 “여러 채널 접촉 시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중순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곧 공개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1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보도 등을 통해 미국이 2월 중순부터 북한의 유엔대표부 등 여러 경로로 북한과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1월 20일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북핵 문제를 포함해 대북정책에 대한 언급을 아껴왔다. 이 때문에 한반도 이슈가 이란 핵문제 등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외교 소식통들은 미국의 북한 접촉 시도가 바이든 행정부 초기에 북한의 도발을 차단하고 대북정책 기조를 차분하게 다듬어 나가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였던 2009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7년에도 잇단 무력 도발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전에도 노동당대회 등을 통해 적대적인 대북정책 철회를 미국에 선제적으로 요구하는 등 압박성 메시지를 내놨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막후 접촉을 시도한 건 이런 북한을 우선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장기적으로는 비핵화라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도 미국으로부터 대북 접촉 시도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아 알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미국에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상황 관리 차원에서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설득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겠다는 관여(engagement)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뉴욕 유엔본부의 북-미 채널뿐 아니라 북한과 미국이 모두 공관을 두고 있는 다른 국가를 통해서도 미국의 대북 접촉 시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아직 미국의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고 있는 점 등으로 봤을 때 양측은 앞으로도 한동안 기 싸움을 이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이 현재 검토 중인 대북정책의 기조를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여서 북한으로서는 접촉 제의를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단 ‘몸값 올리기’를 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추후 대응 방안을 찾으려 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선 미국의 대북정책이 윤곽도 안 나온 상황에서 덥석 대화에 응할 경우 ‘북한이 협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 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를 포함해 (북한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 지난 정부 관계자와 대북정책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면서 “정책을 재검토하는 동안 우리는 조언과 신선한 접근법을 얻기 위해 한국, 일본과 계속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성 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도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검토를 수 주 안에 끝낼 것”이라면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한국과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우리 동맹국들이 조언을 제공하는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권오혁 기자
#바이든#북한#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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